머니투데이

결산일 앞두고 투자자 울리는 악성공시 기승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1.30 16:15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해 결산 제출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에 호재로 인식될 수 있는 공시를 했다가 철회해 제재를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출 계약 규모를 절반 이하로 정정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가 취소하는 경우다. 악재인 대출금 연체 등도 뒤늦게 공시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거나 지정을 예고받은 기업은 총 26개사다. 코스닥기업이 23개사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기업 1곳, 코넥스기업 2곳이었다.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면 공시위반제재금을 내거나 벌점을 받을 수 있다. 부과벌점이 5점 이상이 되면 하루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사업을 영위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공시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요 경영사실을 고의적으로 늑장공시해 투자자의 피해를 키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 대출 원리금 연체, 횡령·배임 혐의 발생, 파산신청 관련 사실을 지연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거나 지정 예고된 기업은 4곳이나 됐다. 네이블 (7,110원 30 +0.4%), 미래SCI (17원 6 -26.1%), 럭슬 (179원 21 -10.5%), 에스제이케이 (498원 148 -22.9%)다.



네이블은 사내 임원에 의해 심재희 네이블 대표가 1300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지난해 11월에 확인하고서도 한달 뒤인 12월 16일에서야 공시했다. 네이블은 바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며 12월17일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정지돼 투자자들은 주식을 처분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

미래SCI는 지난해 10월 말에 130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했지만, 지난 15일 장후에야 이 사실을 공시했다. 다음날인 16일 미래SCI 주가는 9.25%가 급락했고,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규모를 축소하거나 장기간 연기, 철회한 경우도 5건이었다. 유상증자는 회사에 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이를 취소할 경우 주가 타격이 크다.

에스디시스템은 지난 22일 장후 청약자의 대금 미납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다음날인 23일 주가는 11.68%가 급락했다. 중앙오션도 지난달 20일 장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이 당일에서 올해 4월22일로 미뤄진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3일에 5% 이상이 빠졌다.

공급 계약 금액을 절반 이상 축소하거나, 아예 철회한 경우도 5건이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대성파인텍은 2013년에 체결한 234억1600만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78억9700만원으로 줄었다고 지난해 말에서야 공시했다.

투자자들 모르게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 에이치엔티, 코디엠, 코썬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에 영향을 미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해 놓고 이를 늦게 공시했다.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8건 있었다.

리복, 푸마골프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의류회사 코웰패션은 지난해 10월 화장품 회사인 참존을 인수해 하겠다고 공시했다가 철회했다. 참존은 창업자 김광석 회장과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코웰패션은 인수 조건으로 경영권 분쟁 해소 및 CB(전환사채) 투자자의 지분 청산 등을 내걸었으나 지난해 말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인수 계약이 철회됐다.

제주도 여행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모빌리티는 제주스타렌탈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사 이후 렌탈회사에서 우발채무 등이 발견돼 취소됐다. 비덴트는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홀딩스를 인수하려다가 빗썸이 국세청으로부터 803억원의 과세를 부과받은 사실을 알고 양도를 철회했다.


이 외에 코스닥 상장사인 루미마이크로와 코넥스기업 다이노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체결했다가 철회하면서 두 곳 모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또다른 코넥스 기업인 나라소프트는 유형자산 양수 결정 지연공시한 점을 지적 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의 부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타법인 주식 취득 계약을 서둘러 체결했다가 취소할 경우 회사의 귀책이 인정된다"며 "공시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상장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아 기업을 영위하므로 신중하게 공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