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현 비보존 대표, 루미마이크로 우회상장 강조,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0.01.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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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외주식시장(K-OTC)의 대어인 신약개발기업 비보존의 이두현 대표가 루미마이크로 (2,890원 ▼30 -1.03%)를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을 직접 밝혔다. 신약개발이 지연되면서 대안으로 우회상장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두현 비보존 대표는 지난 29일 밤 비보존 홈페이지에 '루미마이크로 추진방안'이란 글을 통해 비보존의 상장 관련 진행사항을 밝혔다.



이두현 대표는 "상장과 관련해 직상장부터 우회상장, 나스닥 상장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했으나 지난해 말 임상3상 실패로 변수가 많아졌다"며 "오피란제린의 원활한 개발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상장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회상장과 관련 내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활발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주주 여러분이 내리는 거지만 모든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보존은 지난 20일 이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볼티아와 함께 루미마이크로의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또 임시주총에서 이 대표와 김병기 비보존 상무가 루미마이크로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두현 비보존 대표, 루미마이크로 우회상장 강조, 이유는?


기술특례상장 추진 지연...우회상장 필요성 부각
비보존은 당초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루미마이크로 인수를 추진했다. 신약개발과 생산을 분리해 비보존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비보존은 지난해 말 오피란제린의 임상3상a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6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터라 이번 임상 실패로 인한 충격이 컸다. 사실상 기술특례상장 추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회사는 다른 파이프라인인 엄지건막류에 대한 임상3상을 연내 마무리한 뒤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술특례상장을 다시 노린다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재도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증시 상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내년 기술특례상장보다는 우회상장이 비보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비보존은 오는 31일 루미마이크로에 추가로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볼티아가 200억원, 비보존이 150억원을 투자한 상태로 루미마이크로는 두 달 만에 약 55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 자금의 사용처에 따라 우회상장의 방향성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텔콘RF제약과 관계 정리 필요, 투자금 회수 위한 방안 논의 전망
다만 최대주주인 텔콘RF제약과의 관계 정리가 변수다. 이 대표가 이번 글에서 주주를 언급한 이유가 텔콘RF제약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텔콘RF제약은 비보존의 지분 22.95%(602만주)를 보유 중이다. 우회상장을 위해서는 텔콘RF제약의 동의가 필수다. 그동안 텔콘RF제약은 비보존의 기술특례상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우회상장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가 이번 글에서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비보존, 텔콘RF제약, 루미마이크로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또 비보존이 K-OTC에서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는 '대어'라는 점도 회사와 텔콘RF제약에게 모두 부담이다. 자칫 임상 일정 지연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비보존과 텔콘RF제약 주가에 모두 부정적인 만큼 대안을 논의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루미마이크로의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바이오 및 제약사업의 틀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총동원해 글로벌 헬스케어 컴퍼니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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