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승무원도 예외 없다” 중국발 비행기 전수 조사 현장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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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들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들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오늘부터 중국발 모든 비행기 탑승객은 전수 조사 대상입니다”(질병관리본부 검역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에 대응해 28일 0시로 중국 전역을 오염지역으로 선포하면서 공항 검역이 한층 강화됐다. 이날부터 발병지인 우한 지역 외에도 북경, 상해 등 주요 도시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탄 일반 여행객은 물론 조종사와 승무원도 정밀 검증을 받아야 했다.



상하이발 130여 명 탑승객 전원 체온 조사
오전 11시45분경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해당 비행편에서 내린 13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검색대로 다가왔다.

검역관들은 여행객들에게 △여권번호 △항공기 편명 및 좌석번호 △한국 내 체류예정 상세 주소 △최근 21일간 방문한 국가 △특이 증상 등의 내용이 담긴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검역관에게 질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작성 내용이 부실하면 입국장을 통과할 수 없었다. 이들은 검역대 앞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질문서를 다시 썼다.

탑승객들의 체온 조사도 꼼꼼하게 진행했다. 이전까진 검색대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에 미열이 감지되거나 37.5도가 넘는 경우에만 체온기로 2차 조사를 했다. 하지만 이날부턴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도 모두 체온을 쟀다.

검역관이 체온기를 탑승객 목에 대고 체온을 측정하면 동석한 검역관이 건강상태 질문서에 구체적인 수치를 적었다.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예외 없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검역 관계자들이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검역 관계자들이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평상시보다 검역 시간 2배 이상 증가…중국발 비행편 몰리면 시간 더 지연될 듯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평상시라면 10분 내외로 마쳤을 조사 시간이 약 30분 정도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조사 과정에서 기침 증상이 발견된 한 캐나다 국적 승객은 질병관리본부에 별도 보고됐다.

심층 검역대상이 확대되면서 오후 들어 공항 입국장은 더 분주해질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오후에 중국발 비행편 3~4기가 동시에 도착하면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를 고려해 이날 복지부, 군, 경찰 등에서 검역 지원인력 80여 명을 파견했고 인천공항공사도 팀장급 이상 170여 명을 검역 현장지원에 급파했다. 이들은 공항 내 설치된 14개 검색대에 분산돼 검역 업무를 지원한다.

한편 정부는 오는 30일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국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국내 수송 전세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중국 국적자는 한국 국민의 가족이라도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다.

전세편은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나 청주공항으로 도착할 전망이다. 이용자들은 귀국 즉시 경찰 호송 버스를 타고 지정된 장소로 이동,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특이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야 귀가할 수 있다.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비닐봉투에 가득담아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독자제공)<br>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비닐봉투에 가득담아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독자제공)<br>
메르스 유행에도 이렇지 않았는데…급증한 마스크 착용자들
이날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행객 10명 중 6~7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국내 첫 확진자 소식이 알려진 일주일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신종플루,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공항에 이렇게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탑승수속, 수하물처리 등을 지원하는 항공사 직원들과 공항 내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식음료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상태로 여객을 맞이했다.

공항 내 약국 앞은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약을 사는 장면을 본 20대 여행객은 “해열제를 산 거 아니냐”며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오전 중국 상해와 난징으로 출발하는 여객기 체크인 장소엔 한국 관광을 마친 가족 단위의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우한 폐렴 사태를 걱정했다. 베트남 하노이행 티켓을 발권 중이던 한 20대 여행객은 “호텔 예약을 취소하면 환불이 어려워서 찜찜하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며 “발권 전에 여분의 마스크와 손 세정세를 사려고 한다”고 했다. 헬싱키 여행을 간다는 30대 여행객은 "우한 폐렴이 중국 외에도 유럽까지 확산되고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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