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달라진 총수 리더십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0.01.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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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한 발 더 뛰고 서로 협력하고 희생하는 '원팀(One Team) 정신'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살 이하)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전승 우승을 일궈내며 9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학범 감독이 마지막 결승 경기가 끝난 직후 한 말이다. 이번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 선수들과의 믿음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모든 선수들이 교체돼 나왔을 때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하고 팀에 녹아들었다는 게 가장 값지다"며 "선수들을 많이 믿는다. 그 믿음이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김 감독의 이런 리더십은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쓰며 국민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박 감독은 그간 "우리 팀의 강점은 단결심"이라며 "단결을 잘해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스킨십을 통한 선수들과의 소통에 주력해온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그는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킨십 뿐이었다"며 "매 경기가 끝나면 스킨십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팀이 패했을 땐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렸다"고 말했다.



두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우리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 총수의 최근 행보와도 맞닿아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내세우며 과거와 다른 조직 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235,000원 ▲4,000 +1.73%)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올해도 단상 없는 무대에서 대화하듯 신년행사를 진행하며 "오케스트라엔 연주자의 역할, 지휘자의 역할이 있다. 여러분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하고, 저도 그렇다"며 준비된 원고에도 없는 '원팀'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하나의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분 한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행복 전도사'로 유명한 최태원 SK (155,500원 ▼1,300 -0.83%)그룹 회장은 별도의 신년사 없이 신입사원을 포함한 임직원들간의 대담 등으로 꾸며진 파격 신년회로 눈길을 끌었다. 신년 메시지를 아예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긴 이재용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는 스킨십 경영으로 새해 첫 각오를 다졌다. 구광모 LG (75,500원 ▼700 -0.92%)그룹 회장도 전세계 임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 기기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총수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같은 리더십의 변화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불쏘시개'가 되길 기대해본다.
[우보세]달라진 총수 리더십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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