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 알펜루트까지" 유동성 위기 부른 증권사 TRS 계약…왜?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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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에 알펜루트까지" 유동성 위기 부른 증권사 TRS 계약…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불통이 알펜루트자산운용으로 튀었다. 알펜루트운용의 부실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을 띠는 금융상품) 투자비중은 지극히 낮지만, 개방형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불안을 느낀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에 TRS(총수익스왑) 계약을 활용해 규모와 수익률을 키워온 사모 운용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운용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2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20억원 규모지만 펀드런이 발생할 경우를 고려해 1800억원 규모 개방형 펀드 전체에 대한 환매 연기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알펜루트 관계자는 "현재 대출 해지 의사를 밝힌 증권사들에 대한 자금은 돌려줄 수 있겠지만, 이걸 계기로 펀드런이 시작될 경우 자산 저가매각으로 펀드 전체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며 "이는 곧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매 연기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PBS(프라임브로커서비스)들이 TRS 대출을 전량 거둬들이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미래에셋대우가 만기가 돌아온 100억원대 TRS 대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뒤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약 200억원대 대출을 거둬들이겠다고 나섰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펀드 자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운용사가 100억원 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100억원을 추가로 태워 펀드를 총 200억원 규모로 만들어주는 식이다.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통해 많은 운용사들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펀드 자산과 수익률을 키워왔다.

지금까지는 증권사들도 높은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TRS 계약을 마다치 않았다. 그러나 라임 사태 이후 내부 리스크 기준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기존에 문제가 없다고 봤던 개방형 사모펀드에까지 높은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사모펀드 특성상 비유동자산 투자가 많은데, 이들이 개방형 구조로 짜일 경우 언제든 환매를 해줘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PBS 담당자들이 대규모 교체된 것 역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사태로 자산운용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부실자산 여부와 관계없이 '개방형' 펀드 자체가 유동성 위험에 처할 가능성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은 34조5000억원 규모로, 이중 대체자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약 20조원이다. 이중 개방형이고, TRS 계약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켜온 펀드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실제 알펜루트는 라임운용과 달리 프리IPO 전략을 주로 써왔다. 알펜루트에 따르면 메자닌은 전체 자산의 7%에 불과하고, 나머지 자산 대부분은 비상장 주식이다. 라임 사태 초기에 TRS를 활용하고 모자펀드 구조라는 점, 급격히 성장했다는 유사점 때문에 위험 자산운용사 리스트에 포함됐었지만, 차별화된 전략을 인정받으면서 시장의 의심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루 만에 수백억을 돌려달라고 하면 알펜루트뿐만 아니라 어떤 운용사나 환매중단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신뢰가 금융의 기초이고 TRS 계약 역시 마찬가진데 그게 깨져버린 것이어서 사모펀드 시장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무조건적인 공포의 전이보다는, 펀드별 기초자산을 잘 따져 달리 대응하는 침착함이 자본시장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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