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갈등 봉합 '골든타임' 앞두고 '동상사몽'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1.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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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갈등 봉합 '골든타임' 앞두고 '동상사몽'


"LG-SK 뿐 아니라 한미 정부의 입장까지 다르니 '동상사몽'(同床四夢)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화학 (370,500원 ▼8,000 -2.11%)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이 미국에서 진행중인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의 1차 판결이 다가온 가운데 이해 당사자간 의견 불일치로 '합의'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달 배터리 갈등…합의 골든타임 임박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부 고위관계자가 5대 그룹 관계자와 회동에서 LG-SK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양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할 지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판결이 나오기 전에 양 기업이 합의하는 것을 최선책으로 본다는 진단이다. 만약 1차 판결이 어느 한쪽의 승소로 나오고, 최종 결과도 이대로 굳어진다면 어쨌든 양 기업 중 어느 한 곳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 소송을 건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핵심인력을 빼내 배터리 사업을 육성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라며 ITC에 제소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또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LG화학은 지난해 11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1차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이 판결이 이르면 이달 중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엇갈린 셈법…'동상사몽'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LG-SK의 배터리 싸움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까지 포함해 이해관계자가 4곳에 달한다.

우선 한국 정부와 청와대는 이 배터리 소송전을 국익 차원에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세계시장을 장악해도 모자랄 판에 국내 핵심 양사가 갈등을 빚는 것은 국가 산업경쟁력에 '마이너스'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1차 판결의 원고인 LG화학과 피고인 SK이노베이션은 공식적으로 '강대 강'인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의 문제라고 영업비밀 침해가 보호받지 못하면 이 비밀이 해외 경쟁사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게 LG화학의 논리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인정과 보상 없이는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측 영업비밀 침해 주장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SK·LG 갈등 봉합 '골든타임' 앞두고 '동상사몽'
업계 관계자는 "ITC 산하기관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재판부에 LG화학의 조기 판결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이것만으로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진 않지만, 일단 1차 판결 전망은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미국 대통령 대선을 앞두고 자국 투자유치와 일자리 확대가 필요한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LG-SK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000억원 규모의 1차 투자가 진행 중이고, 1조원 규모의 2차 투자도 계획하고 있어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쉽지 않은 합의…결국 칼자루는 美 판결?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LG와 SK가 자체적으로 조속히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민간 배터리 사업 부문에 정부가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소송 결과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는 1차 판결 전에 양사 합의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소송 결과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국가경쟁력이 큰 영향을 받게 되는만큼 양사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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