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으로 만든 차례상. /사진=이영민 기자
명절 음식은커녕 요리 하나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손주가 미리 만들어진 냉동 전들을 부치는 모습에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번 설 음식은 제가 책임지겼다'며 큰 소리 쳐놓고 냉동식품만 잔뜩 사와서 민망했지만, 가정가편식(HMR)이 제법 그럴듯한 명절음식의 모습을 갖추자 안도감이 들었다.
/사진=이영민 기자
장보기에 들어간 총 비용은 약 6만7000원이다. 실제 구매금액 63410원에 집에 있던 먹태 1마리를 3000원, 동그랑땡 적실 때 쓴 계란 1개를 200원으로 계산해 더했다. 실제로 차례상에 올린 음식량 만큼만 계산해보면 약 47000원 짜리 차례상이다.
냉동간편식 전과 잡채를 차례상에 차릴 만큼만 꺼내놓은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손이 많이 가는 나물은 △세븐일레븐 '한상도시락'에 들어있는 나물반찬으로 대체했다. 떡국은 △오뚜기 옛날컵떡국 △이마트24 올반 진한 사골떡국을 썼다. 떡국과 나물을 데운 뒤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 상에 차리는 데 20여분이 더 걸렸다. 1시간 만에 13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이 완성됐다.
맛도 직접 손으로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취생활 1년 동안 밥솥에 밥을 해먹어 본 적이 2번 뿐인 요리초보가 1시간만에 뚝딱 만든 차례상이라기엔 과분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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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1시간 넘는 시간을 들여 장을 봐오고, 차례상 차리기 전날부터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고, 명절 내내 주방에만 계시던 어머니들의 정성 어린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성이 허례허식으로 인한 고생으로 여겨지는 요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간편식은 한쪽에 쏠리는 가사분담과 그로 인한 갈등을 줄여줄 하나의 해결도구가 될 수 있다.
30년 가까이 4명의 동서들과 함께 5형제 가족의 차례상·명절음식을 차려오신 어머니도 간편식 차례상을 보시며 "간단하고 돈도 덜 드니 너무 좋다"고 만족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