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연기 발표 후 '3개월', 라임사태 이제 '장기전'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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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A to Z]②환매연기 두달만에 입 뗀 라임…추가환매 연기 가능성까지

편집자주 지난해 7월만해도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의 대규모 펀드 환매연기 사태를 예언한 이는 없었다.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헤지펀드 1위 라임의 몰락은 한 언론보도로부터 시작됐다. 해를 넘겨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라임펀드의 구체적인 손실률과 환매재개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7개월간의 라임사태를 정리해봤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폰지사기'에도 휘말린 라임…끊이지 않는 악재
연말에도 라임의 숨겨진 민낯은 계속해 드러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1월26일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투자회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펀드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IIG는 라임펀드가 투자한 헤지펀드(STFF)를 운용했다.

SEC는 IIG가 지난해 투자자산 채무불이행 상황을 속이고 투자자들에게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봤다. 또한 기존고객의 환매가 들어오면 신규투자금으로 돌려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라임이 운용한 6000억원 가량의 무역금융펀드의 40%인 2300억원이 IIG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됐다.



라임은 IIG의 이상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그해 6월 IIG에 넣었던 4개 펀드의 투자금을 빼냈다. 이후 싱가포르 R운용사와 미국 무역금융 헤지펀드 지분을 재구조화해 손실을 이연하는 계약을 맺고 약속어음(Promissory Note)으로 갈아탔다.

사실상 펀드 구조가 완전히 바뀐 것임에도 투자자들에게는 이와 관련한 통지가 없었다. 금감원은 이같은 라임의 구조변경을 사실상 '사기'로 보고 검찰에 라임을 사기혐의로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 결국 소송戰 불사…장기전 시작된 라임사태
환매연기 발표 후 '3개월', 라임사태 이제 '장기전'
10월 라임의 환매연기 발표에도 투자자들은 큰 동요 없이 회사 측의 환매재개를 기다렸다. 하지만 라임의 펀드운용 과정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과 핵심인물인 이 전 부사장의 잠적 그리고 IIG 해외부실투자로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했다.

결국 올해 1월10일 무역금융펀드 관련 투자자 3명은 라임과 판매사 신한금투, 우리은행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를 고소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들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2018년 11월쯤 해외 무역금융펀드에서 환매중단 등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공표하지 않고 시리즈 펀드를 계속 설계·발행·판매했다"며 "수익률과 기준가가 아무런 문제 없이 상당한 수준으로 계속돼 문제없이 상환자금이 지급될 것처럼 설명하고 자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기약없이 늦어지는 실사결과…애타는 당국
금융감독원 전경/사진=이동훈 기자금융감독원 전경/사진=이동훈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삼일회계법인이 라임의 환매연기 펀드에 대해 진행하던 실사는 당초 예상한 한 달이라는 기간을 훌쩍 넘겼다. 삼일은 같은해 말 무역금융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두 펀드에 대한 중간실사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라임 측과의 협의문제로 이후 손실률 평가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환매연기 사태 이후 라임의 인력이탈이 가속화된 것도 실사결과 지연에 한몫을 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원종준 라임대표를 제외한 임원이 기존 10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라임이 최근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직원들도 절반가량 이탈했다. 게다가 무역금융펀드 관련 실사는 훨씬 더디다. 해외자산을 기초로 한 펀드이다보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산확인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면서다.

금융당국도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라임 사태를 방치해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7월부터 라임의 펀드운용과정을 검사해 온 금감원은 사모펀드 특성상 금융당국이 일일이 개입해 사전적으로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정을 밝히기도 어렵다. 외부의 비판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봐주기·편들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환매연기 두달만에 입 뗀 라임…'3자협의체 구성'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침묵을 지키던 라임이 지난 15일 입을 뗐다. 라임은 "라임, 16개 판매회사, 3개 TRS 증권사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논의 중이며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자 협의체'는 펀드의 기준가격 반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자산회수 및 분배, 개별 자펀드의 운용 등의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1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환매연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라임은 이날 환매연기된 펀드의 구체적인 상황과 향후 절차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라임펀드를 판매한 16개 판매사들은 이미 '공동대응단'을 꾸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라임에게 물으면서 사실상 환매연기 '장기화' 선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환매연기 펀드에 대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을 놓고도 잡음이 불거지는 등 사태수습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리고 지난 22일 라임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환매연기 된 펀드의 규모는 최대 1조7000억원대이며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3자 협의체'는 설날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라임은 "펀드관리 및 회수에 라임보다 정말 잘 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조직이 있다면 주주 및 경영진 교체 등 회사 전체를 쇄신하는 방안마저도 고려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외 법무법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더 많은 부분을 외부에 위임할 수도 있고 새로운 CIO(운용총괄대표) 영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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