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천연가스…'인버스' 2배 껑충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1.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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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떨어지는 천연가스…'인버스' 2배 껑충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원금 대비 2배가 넘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겨울철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것을 노린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가격 하락으로 최근 대거 손실을 기록 중이어서 희비가 엇갈린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2월물) 가격은 1MMBtu(천연가스 열량 단위. 약 25만Kcal)당 1.895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1.9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0년3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통상 겨울에는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11월에만 반짝 올랐을 뿐 줄곧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23일 기준 가격은 1.922달러로 지난해 초 가격(2.982달러) 대비 35.5% 하락한 상태다.



올 겨울 천연가스 가격이 유독 약세인 것은 최근 전 세계적인 온화한 겨울 날씨와 에너지 공급과잉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람들은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을 산 투자자들이다. 인버스 레버리지는 기초지수 움직임과는 반대로(인버스) 2배 만큼(레버리지)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폭의 2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한 ETN(상장지수채권)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상품은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과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이다. 두 상품 모두 천연가스 기초 가격으 반대로 2배씩 움직이는데, 지난해 각각 99.8%, 9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월 이후에도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수익률은 110%를 웃돈다.


반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2~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달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6번째로 순매수한 종목은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으로 이 기간 총 48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 상품의 12월 수익률은 -19.2%를 기록했고, 1월 수익률은 지난 23일까지 -25.5%로 지난달보다 더 나빠졌다. 12~1월 두 달간 누적 -40%에 가까운 손실이다.

3배 만큼 움직이는 상품은 더 손실이 컸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상된 'VelocityShares 3x Long Natural Gas ETN'(벨로시티셰어즈 3배 천연가스 ETN)을 1539만달러(180억원) 어치 순매수 했는데 이 기간 8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 였다. 하지만 12월 이후 현재 수익률은 -50%로 두 달만에 반토막이 났다.

현재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은 겨울이 끝나갈 시점인 2월물이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연초를 기해 미국 서부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예상된다"고 밝혀 천연가스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은 급격한 한파가 찾아와 수요가 급증하던가 생산량 조절에 따른 공급측 충격이 있지 않는 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인 투자 보단 가격 급락 시 주 단위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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