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지나고 "이혼해"…우리나라만 이럴까?

머니투데이 김도엽 인턴기자 2020.01.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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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은 일가족들이 함께 모여 안부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만 갈등의 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은 이제 흔히 쓰이는 말이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여러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명절 직후 이혼 신청 증가는 이제 공식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부부 사이에서 명절은 그동안 쌓여왔던 불화와 갈등이 폭발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명절이 끝난 후 쌓아온 갈등이 폭발해 '명절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가 많다.



실제로 명절 직후엔 이혼 신청이 증가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 직후인 2~3월과 추석 직후인 10~11월의 이혼 건수가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았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명절 직후엔 협의의혼 신청이 늘어났다.

그런데 '명절 이혼'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혹은 동양권 문화에서만 발생할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한 법, 서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영국 - 매년 1월 첫 번째 월요일은 '이혼의 날'(Divore Day)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영국에선 매년 1월 첫 번째 월요일은 '이혼의 날'(Divorce day)로 불리기도 한다. 이 단어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주로 쓰인다. 서양권의 경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 이듬해 초까지 긴 '성탄절 휴가'가 주어지는데 긴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1월의 첫 월요일에 이혼 신청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는 이혼 관련 전화상담이나 인터넷 검색량 또한 급증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17년엔 1월의 전화 이혼 상담 건수가 월평균보다 24% 많았다고 한다. 또한 2018년엔 한 기관에서는 4만500명이 1월에 '이혼' 관련 검색을 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맥알리스터 가정 법률 로펌의 아만다 맥알리스터 전무는 "많은 사람들이 '이혼의 날'이란 단어를 변호사들이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진짜"라며 "어떤 이유로든 이미 긴장돼 있던 부부관계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마침내 깨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대다수의 부부가 연휴가 끝날 때까지 이혼을 미루는 이유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과 일가친척 혹은 곧 남이 될 배우자의 연휴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의 '이혼의 날'은 평소에 쌓여왔던 갈등이 연휴 동안 폭발하는 점 등 한국의 '명절 이혼'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미국 - 휴가철 끝난 직후인 3월과 8월 이혼율 급증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미국은 휴가철 이후 이혼소송이 급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4년에 걸쳐 워싱턴주의 이혼율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워싱턴주의 이혼율은 3월에 가장 높았고 8월이 두 번째였다. 3월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밸런타인데이 등의 휴가 시즌이 끝난 직후다. 8월 또한 독립기념일과 아이들의 여름방학 등 여름휴가가 몰려있는 7월 직후다.

연구진들은 휴가 시즌 직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긴 휴가 기간 동안 가족 방문 등의 명절 관습이 스트레스와 불화를 유발하는 것과 휴가 전에 관계를 회복하려는 기대가 깨지는 것 등을 들었다. 긴장돼 있던 부부관계가 긴 휴가 동안 깨져버리는 것과 이혼을 휴가 이후로 미루는 이유 등 영국의 사례와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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