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떠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시동 거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1.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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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중심인 현대글로비스 5% 급등

현대자동차그룹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히며, 올해부터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그룹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히며, 올해부터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와 기아차 등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존에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던 안에서 크게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급하게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이유가 없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오후 12시30분 현재 현대차 (235,000원 ▲4,000 +1.73%) 주가는 전날보다 2.36% 오른 1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4분기 깜짝 실적 발표에 이어 엘리엇이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틀째 급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이 될 현대글로비스 (171,200원 ▲300 +0.18%)는 5.14% 급등 중이다. 기아차는 2% 현대모비스는 2.04% 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4개사의 지분은 미미하다.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23.3%)인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재편안이 제시됐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에 반대하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올해 3월에 열릴 주총에서도 엘리엇이 재차 주주제안을 할 지 주목 됐으나, 주총 참여의 기준이 되는 지난해 12월26일자 주주명부에서 엘리엇의 이름이 사라지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도 사라지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존에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던 안을 소폭 수정해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병비율을 제시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을 0.61대 1로 정했다. 분할 부문은 비상장사라 현대차그룹은 순자산 가치 비율로 산정했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도록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반대 권고를 내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합병안을 철회했다.

김동양 NH증권 연구원은 "기존 방안에서 시장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소폭 계획이 수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대모비스 분할 부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자동차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다 순환출자를 당장 해소해야 할 이유는 없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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