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전히 모호한 안철수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0.01.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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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지난 20일 광주 근처 휴게소. 이날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깜짝 ’ 등장했다. 광주 5·18 민주묘역으로 향하는 도중, 기자들의 식사 자리에 합류한 것. 당초 안 전 위원장과 점심 식사가 예정됐다가 취소됐던 터여서 기자들은 당황했다.

자리에 앉은 안 전 위원장이 입을 떼자 기자들은 모두 숟가락을 놨다. 대신 펜을 들거나 노트북을 폈다. 안 전 위원장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안 전 위원장은 질문 개수를 제한했다. 지난 19일 안 전 위원장 귀국에 맞춰 공항에 마중 나간 기자들에게는 3~4개의 질문만 받겠다고 했다. 20일 국립현충원 참배 후에도 4개의 질문만 받았다. 기대는 컸지만 기자들은 다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15개 질문에 대한 답변 중 11개가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간 내용 소개나 원론적인 얘기였다. 그가 책을 통해 제시한 3가지 비전인 △행복한 국민 △공정한 사회 △일하는 정치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이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치 언어’가 없었다는 말이다. 책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4개의 대답도 공허했다. 신당 창당 후 다른 당과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말씀드린 건 전체적 원칙을 말한 것” “바람직한 방향을 실제 구현해 나가는 건 단계별로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등의 답을 했다.

5·18 민주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에도 다를 건 없었다. 받은 질문은 4개. 실용적 중도정당의 모습을 묻는 질문들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드는 데 온힘을 다하겠다” “노선과 방향이 중요하다” “많은 분을 만나고 설득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질문을 피할 때 정치인은 원론적 이야기를 꺼낸다. 대답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안 하기도 애매할 때 작동하는 방어기제다. 이게 지나치면 답답하다는 말이 나오고 모호하다고 비판받는다. 그동안 안 전 위원장이 지적받아온 지점인데 1년 4개월 만의 복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의 느낌이 이런데 국민들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기자수첩]여전히 모호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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