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올려도 손해액 5조…'구멍' 더 커진 실손보험](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2216475100541_1.jpg/dims/optimize/)
◇손해액 5조원 돌파…물러설 곳 없어진 실손보험=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3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문케어 시행 후 실손보험 손해액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실손보험 손해액은 매년 평균 15% 정도 상승하다 2019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치솟았다. 실손보험 손해액 규모는 문케어 시행 전인 2017년 상반기 3조7200억원에서 2019년 상반기에는 5조1200억원으로 2년 만에 1조4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니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19년 상반기 130%대로 치솟으며 2016년(131.3%)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료 올려도 손해액 5조…'구멍' 더 커진 실손보험](https://thumb.mt.co.kr/06/2020/01/2020012216475100541_2.jpg/dims/optimize/)
우선 가입자들이 실제 의료 이용 여부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낸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실손보험료를 산출할 때 가입자별 건강상태나 의료 이용량을 반영해 개인별로 보험료를 세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입 시 계약심사 과정에서 병력 등을 반영해 보험료를 일부 할증하지만 이후 갱신하거나 재가입할 때는 가입 이후의 병력이나 보험금 청구 실적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실제 얼마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는지 등과 무관하게 동일한 보험료를 내다보니 ‘본전을 찾고 싶은' 심리로 의료 기관이 권하는 대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많이 갔다고 해서 보험료가 할증되지도 않으니 '역선택'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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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지금처럼 일부 가입자가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선의의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위험이 매우 높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가입자만 남게 돼 실손보험 본연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위험관리와 수익성 보장 모두 어려워져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의 상품구조 자체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취약하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데다 손해보험사들은 2009년 10%의 자기부담금을 내는 방식으로 실손보험이 표준화되기 전까지 자기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상품을 판매했다.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본인 부담금 한 푼도 안내고 받을 수 있다보니 불필요하거나 비싼 의료서비스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다.
2009년 이후 자기부담금이 클수록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자기부담금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자기부담금을 적게 내는 상품을 선택한다. 현재 자기부담금 적용 계약 중 약 80%는 자기부담금이 적은(10%) 상품이다.
보험금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가장 큰 구멍이다. 보험사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의심돼도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지급을 거절할 근거가 부족해 보험금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실손보험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가 표준화되지 않아 같은 진료라도 가격과 의료량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정부가 수년째 비급여 명칭, 코드, 양식 등의 표준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의료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도 새는 보험금을 막기 어려운 이유다.
정성희 실장은 "건강보험의 급여 의료비나 자동차보험의 경우 진료비 적정성에 대한 운영근거와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실손보험은 영수증 금액에만 의존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심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 의료비의 낭비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실손보험금 지급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