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정의선, 1년만에 V자 반등 비결 보니...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이건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1.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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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년을 V(브이)자 반등의 원년으로 삼자."

2018년 12월14일. 현대차의 전세계 해외법인장 등 핵심 임원 50여명 앞에 선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웃음기가 싹 사라진 표정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것으로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매출은 그런대로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져 그해 4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 최악의 상황에서 되레 "V자 반등을 올리자"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후 1년은 회사 곳곳에서 혁신과 긴장이 계속됐다.



쏘나타와 그랜저, K7 같은 전통의 라인업은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으로 바꿨다. 최근 제네시스 야심작인 SUV(다목적스포츠차량) 'GV80'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도 1년전 강조한 혁신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노사 관계도 '화합'으로 풀었다. 마케팅 비용도 대거 줄이며 거품을 뺐다.



정 부회장의 이날 V자 반등 다짐은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1% 늘어난 3조684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꺾였던 영업이익 추이가 7년만에 반등한 것이다. 기아차 (118,200원 ▲1,600 +1.37%)도 지난해 영업이익을 2조97억원으로 발표하며 전년대비 73.6% 늘었다고 밝혔다.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영업이익 재도약의 원년을 만든 것이다.

비결은 4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공격적 신차출시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친환경차 판매가 늘며 뒤를 받쳤다. 노사관계도 8년만에 무파업 임금협상 타결을 이뤄내며 직원들 사이에 "해내자"는 의욕을 갖게 했다. 마지막으로 경쟁사들이 주춤하면서 점유율이 상승한 것도 한몫했다.

신차로 뚫고
'배수의 진' 정의선, 1년만에 V자 반등 비결 보니...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수익성이 좋은 주요 SUV(다목적스포츠차량)가 국내외서 잘 팔린 것도 주효했다. 쏘나타와 그랜저, K7, K5 등 전통의 명차 라인업에서 속속 신차가 출시되며 뒤를 받쳤다. 팰리세이드는 올 한해 5만2299대가 팔렸다. 출고 대기기간이 6개월에 이르는 절정의 인기다. 새 모델이 나온 쏘나타와 그랜저는 합쳐서 연간 1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신차들이 선전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팰리세이드와 베뉴를 투입했다. 기존 싼타페와 투싼에서 라인업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기아차는 기존 쏘렌토와 스포티지, 쏘울에 이어 2017년 출시한 텔루라이드가 주력모델로 급부상했다. 미국 누적 판매대수만 5만8604대에 달한다.

친환경차 늘리고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 1만106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반면 올해 연간 순수전기차 판매는 1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더 놀라운건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수소전기차다. 넥쏘는 지난해 966대가 판매됐지만 올해 판매량이 4194대로 크게 늘었다.

친환경차는 중장기적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2025년까지 수소차와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을 연간 67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고도화된 음성조작, 인공지능(AI)비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확대 적용 등 품질경쟁력 확대도 더불어 추진한다.

내수시장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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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에선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70.98%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에 다시 7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양한 신차를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공략에 경쟁사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내수 판매가 2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야심찬 신모델들이 연이어 신통찮은 성적표를 받은 한국GM과 주력인 SUV 시장을 잠식당한 쌍용차도 내수와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1.3조 파업稅 안냈다
노사관계에도 훈풍이 불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8년만에 파업 없이 회사와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2년 이후 7년간 연 평균 13일의 파업을 단행했다. 매년 평균 6만여대의 생산차질을 기록했고 차질 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파업세다. 지난해 무파업으로 실적 변수가 사라지고 영업일수는 늘어났다.

한편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 내 위기의식은 여전하다. "자동차산업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선진국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를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전동화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신기술 역량을 강화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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