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지킨 2% 성장률…10년 만에 최저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0.01.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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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수출·투자부진에 나라 곳간 풀기…정부 "심리적 마지노선 지켜, 성장모멘텀 살리겠다"

간신히 지킨 2% 성장률…10년 만에 최저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2.0%로 집계됐다.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잠재성장률(2.5~2.6%)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1.2%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전년대비 2.0% 성장했다.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진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1%로, 2%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성장률 2% 중 75%가 정부 몫…수출·투자 부진에 민간은 '시들'
지난해 성장률 2%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단연 '정부'다. 지난해 주체별 성장기여도는 민간이 0.5%포인트, 정부가 1.5%포인트였다. 민간과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간신히 지킨 2% 성장률…10년 만에 최저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이 좋지 않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건설과 설비투자도 조정국면을 이어갔다"며 "민간부문 성장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출항목별로 지난해 정부소비는 전년대비 6.5% 늘어나 2009년 6.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를 기록하며, 2013년 1.7%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은 전년대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5년 0.2% 성장 이후 가장 낮았다.

건설, 설비투자는 각각 전년대비 3.3%, 8.1% 감소했다. 두 항목 모두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총고정자본형성(투자)는 지난해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내렸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았다. 성장 모멘텀을 잃고 시름하던 민간 성장세가 지난해 4분기에는 살아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민간투자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마이너스(-) 0.8%포인트에서, 4분기 0.5%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같은 기간 민간소비 성장기여도도 0.3%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확대됐다.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0.0%포인트로 축소된 와중에 나머지 영역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한편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1998년 7.0% 감소한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양수 국장은 "지난해 수입품 가격보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며 "구매력 차원에서 국민들의 소득이 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요절벽 막은 재정 '긍정적'…정부 "경기반등 발판 마련, 올해 2.4% 달성 최선"
대내외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통해 경기안정화에 나선 점은 평가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하면 결국엔 민간 성장모멘텀 살리기가 시급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조절 측면에서 재정이 부족했던 민간수요를 메꿔준 것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그러나 "고령층 은퇴로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이 작년 5만명대에서 올해 20만명대로 크게 늘어나고, 젊은층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면서 민간소비가 탄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이나 설비투자도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대외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올해 성장에 있어서도 정부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해 성장률과 관련 "지난해 2% 성장해 당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내외적으로 이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국민들과 기업들의 절박한 노력과 땀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데 의미가 있고, 향후 경기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제2벤처붐 확산 등을 통해 민간활력과 우리경제 역동성 제고에 올인해 올해 2.4% 성장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잠재성장경로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산업혁신과 노동혁신, 공공혁신, 인구구조 변화대응, 사회적 인프라 확충 등 구조혁신에도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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