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결국 이 교수는 "죽어도 다시 한국에서 외상센터를 하지 않겠다"며 외상센터장 자리를 물러나기로 했다. 1995년 아주대학교 의학 학사를 시작으로 수십 년간 함께한 아주대학교와 이 교수는 결국 설을 앞두고 '골든 아워(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를 끝내게 됐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 시험 비행을 하는 닥터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 사진 = 뉴스 1
또 이 교수는 2017년 북한군 귀순병사를 치료한 성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간호인력 64명의 1년치 인건비(25억여 원)를 지원받았지만, 아주대병원은 36명만을 신규채용하고 나머지 28명의 인건비를 외상센터가 아닌 중환자실 간호인력에게 지급했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라디오 방송서 "(아주대병원이)숨 쉬는 것 빼고 전부 거짓말"이라면서 "병원이 예산을 빼먹었다"고 맹비난했다.
아주대병원 측의 "병원에 중증외상환자 한 명이 입원할 때 보조금을 포함하더라도 1명당 평균 138만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은 전국에서 제일 돈을 잘 버는 병원이다. 작년 수익만 500억이 넘는다"면서 "병원은 필요할 때마다 나를 팔아 지원받았으면서 외상센터는 싫어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주대병원 '병상 부족' 해명은 거짓인가…복지부 뒷배?
2016년 아주대병원 병원장 지시로 응급원무팀 사무실 내부에 붙어 있던 '병실배정 유의사항'(뉴시스 입수) / 사진 = 뉴시스
지난 21일 뉴시스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은 하루 평균 59개의 병상이 비었지만 외상센터의 환자를 거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상센터의 공문과 병원 원무과 지시문 등에는 "외상센터 소속 의료진이 주치의일 경우 본관 병상을 배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게시됐으며, 참다못한 의료진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진정을 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주대병원장에 공문을 보내 "센터는 외상환자를 위해 상시 예비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사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이 교수는 병상 배정 거부를 우회하기 위해 환자를 다른 교수 이름으로 입원시키는 '유령 진료'까지 해야 했다.
이 교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목하며 이번 사태에는 '복지부가 아주대병원의 뒷배다'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언론을 통해 "복지부 과장이 (아주대)기획조정실장과 수시로 연락하며 나만 병X를 만들었다"면서 "장관 딸이 외상센터에 근무해도 이따위로 하겠는가. 복지부와 병원이 나만 조용히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더라"라고 맹비난했다.
차라리 '외상센터 국가가 운영하자' 주장 제기돼…李 "외상센터 안한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모습. /사진 = 뉴시스
게다가 이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사임할 의사를 표명하면서 중증외상센터는 사실상 구심점을 잃게 됐다. 일각에서 "국가 주도의 외상센터를 설립해 이국종을 원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국가가 중증외상센터를 책임지라"는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이국종을 지켜내자" "이국종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자"는 국민 청원도 줄을 잇는 중이다.
해외의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외상센터는 국가가 주도하거나 운영을 맡고 있으며, 한국처럼 민간 병원에 위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2000년대 전국에 22개의 거점 외상센터를 만들었으며, 미국은 연방 응급의료법에 따라 50여 개의 국립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국가 운영 중증외상센터가 90여 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