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열차 출발… "닉슨도 클린턴도 안 그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1.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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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탄핵심판 시작… 존 볼튼, 믹 멀베이니 등 핵심증인 채택 여부 두고 여야 공방

[다보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같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 심리가 시작됐다.2020.01.21[다보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같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 심리가 시작됐다.2020.01.21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심판이 21일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열리는 가운데, 첫날 최대 쟁점은 '핵심 증인 채택' 여부였다.

하원 민주당의 탄핵소추위원들은 탄핵심판에서 핵심 증인들이 꼭 채택돼야 한다는 변론을 가열차게 펼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들이 절대 채택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으며, 신속한 결론을 위해 기존 조사 내용으로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측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보좌관인 로버트 블레어, 마이클 더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가안보 프로그램 담당 부국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4명의 핵심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닉슨도, 클린턴도 안 막은 핵심참모 증인채택, 트럼프가 막아"
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사진=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사진=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민주당은 백악관의 방해로 하원 청문회 과정에서 핵심증인을 소환하지 못했다며 핵심 증인 출석 요구에 화력을 집중했다.



트럼프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7명 중 한 명인 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의원은 "심지어 닉슨 대통령도 핵심 국가 참모가 증언대에 서는 것을 막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도 상원 심리에 증인을 막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증인을 막는 것은 미국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우크라이나 원조를 보류했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데 대해 다수의 증인들이 있다. 멀베이니와 백악관 예산관리국 관계자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는 것 역시 언론기사로 보도됐다. 미국 국민들은 진실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변론이 끝나면 상원의원들은 추가 증인을 소환할지, 탄핵표결에 들어갈지를 정하게 되는데 여기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린다.


【워싱턴=AP/뉴시스】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7일(현지시간)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때문에 우크라이나 원조를 보류했다"는 취지로 발언, 사실상 군사원조 보류에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9.10.18.【워싱턴=AP/뉴시스】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7일(현지시간)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때문에 우크라이나 원조를 보류했다"는 취지로 발언, 사실상 군사원조 보류에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9.10.18.
공화당 "최대한 빨리 끝내자…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탄핵사유 못돼"
공화당은 탄핵 논의를 촉발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탄핵 구성요건인 '중범죄 또는 비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워 탄핵심리의 신속한 종결을 추진 중이다.

21일부터 실질 심리에 들어간 탄핵심판이 6일간 심리를 거친후 2월 4일 이전에 최종표결을 실시, 2주일 안에 끝내려 하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시작 전 상원에 제출한 110쪽짜리(부록 제외) 변론 취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고 의회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미국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며 "상원은 신속하게 대통령의 무죄를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하원 민주당이 '권력 남용'이라고 지어낸 이론은 탄핵 가능한 범죄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을 조사토록 하기 위해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한 것은 반부패 조치로서 헌법상 당연한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로 통과시킨 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게 되는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7명을 탄핵소추 위원으로 뽑아 상원으로 보냈다.

소추위원들이 지난 16일 미 상원에 탄핵소추안을 전달한 뒤 이를 낭독했고, 재판장을 맡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배심원인 상원의원들이 선서를 마쳤다. 21일에는 낮 12시 30분에 회의가 소집돼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이 간단한 연설을 했고, 오후 1시부터 본격 심리가 시작됐다.

하원에서 온 소추위원들이 검사 역할을 맡아 탄핵 이유를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같은 시간만큼 반론을 펼치게 된다.

[워싱턴=AP/뉴시스] 미 하원 서기 셰릴 존슨(앞줄 왼쪽)이 15일(현지시간)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하원을 통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들고 상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존슨 뒤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은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 등 민주당이 선임한 탄핵소추위원들이다. 2020.01.16[워싱턴=AP/뉴시스] 미 하원 서기 셰릴 존슨(앞줄 왼쪽)이 15일(현지시간)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하원을 통과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들고 상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존슨 뒤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은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 등 민주당이 선임한 탄핵소추위원들이다. 2020.01.16
美 역사상 세번째 탄핵 대통령 오명쓴 트럼프…실제 탄핵 가능성은 낮아
지난달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권력 남용, 의회 방해 혐의로 탄핵소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에 이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됐다. 존슨과 클린턴은 하원에서 탄핵됐지만 상원 심판에서 무죄를 받고 기사회생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재판을 맡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상원이 탄핵 재판을 한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하원 민주당 탄핵소추위원이 검사 역할을 하면 상원의원들이 배심원으로서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집권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상원에서 탄핵이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 탄핵에는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의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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