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명예회장)는 '유통 거인'이었던 만큼 그 빈자리는 더 커보인다. 5대 그룹 창업주 가운데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중후장대 사업이 아닌 껌 등 작은 제과 사업부터 단계를 밟아나가다보니 '짠돌이 대기업' 이미지를 갖기도 했지만 오히려 실속이 컸다. 신 명예회장의 '거화취실'(화려함을 멀리하고, 내실을 지향함) 경영 철학은 여러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저력을 보이며 치고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한자어 일색이던 회사명과 달리 당시 다소 파격적이면서 문학적인 회사 이름, 롯데('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이름을 따옴)처럼 요즘 말하는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도 했다.
먹고 살기에도 바빴던 시절 롯데리아 햄버거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일구고, 도심에 놀이공원(롯데월드)을 열며 백화점·호텔·대형마트·온라인 사업으로 대중들에게 다양한 선진 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했다. 신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자 국내 최고층으로 지어진 '롯데월드 타워'도 대한민국 건설사(史)에 있어 큰 성과다. 신 명예회장은 말그대로 '롯데 자이언트'(거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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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슬픔이 멈출지는 장례식 이후를 지켜봐야할 거 같다. 여전히 '형제의 난' 트라우마와 여진이 남아있어서다. 신 명예회장의 1조원 개인 재산 상속 향배를 두고도 여러 시나리오가 떠도는 상황이다. 일단 빈소에서 신동빈-신동주 두 형제간 화해 조짐도 엿보인다. "기업이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서는 절대 안 된다"던 창업주의 유지를 되새겨 봐야할 시점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롯데와의 추억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롯데가 제2의 창업 의지로 한국 사회에 공헌하며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현명한 길을 닦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