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쪼인 쥐, 공간기억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1.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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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자극으로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 조절 및 공간 공포 행동 실험/사진=IBS빛 자극으로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 조절 및 공간 공포 행동 실험/사진=IBS


국내연구진이 머리에 빛을 비춰 공간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 허원도 교수 연구팀은 머리에 빛을 비춰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해 공간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침습적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칼슘은 세포 이동·분열, 유전자 발현, 신경 전달 물질 분비, 항상성 유지 등에 관여한다. 세포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적절히 유지돼야 한다. 세포 내 칼슘 양이 부족하면 인지장애, 심장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세포에 빛을 비춰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옵토스팀원 기술을 이전 연구에서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옵토스팀원 기술을 더 발전시켜 빛에 대한 민감도를 55배 증가시킨 ‘몬스팀원’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빛으로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이다. 연구팀은 “수술 없이 머리에 빛만 비춰도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쥐 머리에 청색 빛을 쬐어주면 광수용체 단백질 여러 개가 결합하고 이 단백질 복합체가 세포의 칼슘 통로를 열면 세포 내로 칼슘이 유입된다.

옵토스팀원 기술을 이용하려면 생체 내 광섬유를 삽입, 빛을 뇌 조직 내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섬유를 삽입하면 털, 피부, 머리뼈, 생체 조직 손상, 면역력 약화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광수용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빛에 대한 민감도를 크게 높여 광섬유가 필요 없는 몬스팀원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몬스팀원으로 살아있는 쥐 뇌세포의 칼슘 농도를 높여 기억력 실험을 진행했다. 특정 공간을 전기 충격과 연계시키는 실험 방식이다. 대조군과 실험군 쥐를 각각 준비한 뒤, 실험군 쥐에 몬스팀원 기술을 적용했다. 이후 공포감이 느껴지는 공간에 쥐를 놓았다. 관찰 결과 실험군 쥐는 대조군 쥐에 비해 공포감 때문에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수술 없이 쥐 머리에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뇌세포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고, 공간 기억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허원도 교수는 “몬스팀원 기술을 이용하면 빛만으로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비침습적으로 세포 내 칼슘 신호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뇌세포 칼슘 연구, 뇌인지 과학 연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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