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거리를 찾았다. 쪽방촌 주민 이정웅씨(74)는 지난 16일 방에서 숨진채로 발견됐다. /사진=최동수 기자
옆방에 사는 최모씨는 "(이씨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내와 이혼한 후 5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기초생활 수급 30만원을 받아 월세 23만원을 내고 7만원으로 근근이 살다 외롭게 죽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모습. /사진=최동수 기자
20년 동안 쪽방촌 생활을 한 이미선씨(63·여)는 "월세 3만원에 살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데 실제 이뤄지는 거 맞냐"며 "5년 전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는데 말만 있어서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15년 전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종호씨(64)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월세가 25만원이었는데 3만원으로 줄면 당연히 좋지 않겠냐"며 "실제 사업이 잘 진행될 지는 잘 몰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쪽방촌에서 쫓겨나는 걸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쪽방촌 방을 관리하는 이찬동씨(64)는 "17년 동안 건물 관리를 하면서 쪽방촌에 살았는데 주소가 지방으로 돼 있다"며 "건물 관리를 하느라 월세도 내지 않고 지냈는데 주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쫓겨 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울에만 쪽방촌 5곳, "우리는 언제?"
2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인근 쪽방촌 모습. /사진=최동수 기자
이날 오후 1시 찾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주변 쪽방촌도 영등포 쪽방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민들은 성인 1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방에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었다.
10년 째 쪽방에 거주하는 김석민씨(64)는 "25년 전 사고로 뇌수술을 받고 이곳에 정착했다"며 "겨울에는 공용 화장실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쪽방에 살고 있는 김석인씨는(53)는 "밤에 불을 끄면 바퀴벌레가 장판 밑으로 들어오는 걸 느낀다"며 "중구에서도 재개발 소식이 있는데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임대 vs 일반분양 주민갈등 최소화해야"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됐다.사진은 이날 영등포 쪽방촌 모습.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전문가들은 특히 사업 성공을 위해선 구역 내 영구임대아파트와 일반 분양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일어날 갈등을 최소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구역에는 영구임대주택 370가구,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가구, 분양주택 610가구 가량이 공급된다.
공공주택 전문가인 김상암 홈드림연구소 소장은 "같은 동이 아니고 건물이 떨어져 있지만 갈등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자치구나 시에서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