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사업·땅소유권·롯데로고까지…신격호와 갈등빚은 형제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0.01.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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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라면사업·땅소유권·롯데로고까지…신격호와 갈등빚은 형제들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형제들과 잦은 불화를 빚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둘째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의 경우 형인 신 명예회장과 사이가 틀어져 아버지 제사도 따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롯데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10남매(5남 5녀)의 장남인 신 명예회장은 사업초기 형제들을 경영에 참여시켰다. 2남이 신철호 전 롯데사장, 3남이 신춘호 농심 회장, 4남이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 5남은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다. 유일하게 사업에 참여하는 여동생이 5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다. 형제들중 신선호 회장만이 우호적인 관계였다.

신격호 "라면사업 안된다"에 의절한 신춘호 농심 회장
첫째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사장(작고)의 경우 신 명예회장이 1950년대 한국사업을 맡겼으나 서류를 위조해 회삿돈을 횡령하려다 구속됐다. 이후 신 명예회장과 사이가 멀어졌고 독립해 제과업체를 차렸지만 실패하고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 사진제공=농심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 사진제공=농심
농심 로고 CI / 사진제공=농심 농심 로고 CI / 사진제공=농심
둘째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일본사업을 돕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서 라면사업에 뛰어들어 사이가 틀어졌다. 그는 1965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사업에 진출했는데 당시 신 명예회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를 만류했다. 그럼에도 신춘호 회장은 고집을 꺽지 않았고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말라"는 형의 일갈에 사명을 농심으로 바꾼 뒤 형과 의절했다. 수십년간 왕래를 끊었다.



농심은 이후 새우깡과 신라면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로 성장했다. 신춘호 회장은 특히 신 명예회장과 달리 일찌감치 지주사 지분을 차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3남의 후계를 정리해 경영권분쟁의 소지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회장과는 토지 소유권 분쟁
신격호 명예회장은 막내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도 관계가 틀어졌다. 신준호 회장은 형을 보좌해 30년간 롯데에 근무하며 롯데건설과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지냈고 1996년 롯데햄·우유 부회장에도 올랐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시절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되자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 양평동 부지(현재 롯데제과·푸드·홈쇼핑부지)를 신 명예회장과 자신의 이름으로 나눠 보유했는데 이에 대해 차명이 아닌 실제 소유권을 주장하며 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패했다. 이후 신준호 회장은 그룹의 모든 직위가 박탈됐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롯데우유가 분할되자 회장이 돼 푸르밀로 사명을 교체했다.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과도 법적 분쟁이 있었다. 당시 남편인 김기병 회장이 신 명예회장의 허락 하에 롯데그룹과 아무 지분관계가 없던 롯데관광에 롯데로고를 사용했는데 롯데그룹이 2007년 일본 JTB와 합작해 롯데JTB를 세우면서 롯데관광의 롯데로고 사용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제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2015년 신 명예회장의 자식들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형제의 난도 대물림하느냐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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