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 전 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입당 기념식을 열고 "출세길을 거부하고 사표 제출로 사법개혁 몰꼬를 튼 주인공인 이탄희 전 판사가 정치로 사법개혁을 펼쳐 국민을 위한 사법시대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전 판사를 소개했다.
그는 "정치참여를 결정하기까지 몇가지 과정이 있었다. 작년 가을 몇몇 초선의원님들이 제의해주셨지만 고사했다. 국회 안보다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겨울이 돼 다시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다. 억측과 모함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사법농단 1호 재판'은 지난 13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라 판결한 사안이다.
이 전 판사는 "제가 우려한 부분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보다도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야 사법농단의 부당성이 입증되고, (증거 부족등의 이유로) 무죄가 나오면 사법농단의 실체가 없고, 피의자들이 마치 피해자인양 곡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며 "국회가 주도해야 할 사법농단 후속 처리인 법관탄핵 제도화를 안 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치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전 판사에게 당원, 당규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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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1대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공정한 사법시스템 구축을 과업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수많은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결국 법원이 결정짓는 ‘사법과잉의 시대’를 겪고 있다"며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사람들, 이 평범한 우리 대부분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법원의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 절차의 불투명성이다"고 답했다. 이 전 판사는 "재판 기록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들은 녹음이나 영상촬영 의무화도 느는 추세인데 우리는 잘 안돼있다. 속기록도 판사가 한 말은 공식기록에 상세하게 적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사법개혁을 판사들에 맡기다 보니 판사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만 개선하려고 한다"며 "재판의 불투명성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건 판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재판 받는 법원서비스 수요자이자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전 판사는 ‘비위법관 탄핵’과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를 양대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40년도 더 된,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대법원장 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판사는 '내부고발자가 정당에 입당하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일부 비판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여러 생각이 있을수 있다고 본다. 제가 살펴서 경청하겠다"며 "현 시점에서 내가 피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 책임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것은 드러나게 돼 있다"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뭘 지향하는 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2020.01.19. [email protected]
2017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코스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았으나 법관들을 뒷조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법원 내 인권연구 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들의 존재를 알게 되자 사직서를 제출하며 사법농단에 저항했다.
사직서는 반려됐지만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이어지며 사법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양심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회로 나와서도 사법개혁을 위한 일을 했다.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열한 차례 법원과 검찰개혁을 위한 권고사항 발표를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다양한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사법개혁 정당성을 알리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참여연대 의인상’과 2019년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전관예우와 대형로펌을 거부하고 소송 수임료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