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폭로' 이탄희 전 판사 與입당…"21대국회 사법개혁 완수"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0.01.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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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사법농단 1호 재판서 무죄 보고 결심…평범한 사람 위한 사법시스템 구축"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 전 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 전 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뒷조사'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사법 농단 의혹을 폭로했던 이탄희 전 판사가 19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총선 인재 영입으론 열번째 인사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입당 기념식을 열고 "출세길을 거부하고 사표 제출로 사법개혁 몰꼬를 튼 주인공인 이탄희 전 판사가 정치로 사법개혁을 펼쳐 국민을 위한 사법시대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전 판사를 소개했다.



이 전 판사는 입당식에서 "지난 1년 간 재야에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꼈다"며 "제도권에 다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현실 정치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참여를 결정하기까지 몇가지 과정이 있었다. 작년 가을 몇몇 초선의원님들이 제의해주셨지만 고사했다. 국회 안보다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겨울이 돼 다시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다. 억측과 모함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또다시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저 스스로 1년 내내 국회가 중요하다고 해놓고 정작 자신은 피하기만 하는 제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민주당의 핵심과제로 삼아주시겠느냐’라는 저의 요청에 대해 흔쾌히 응락하시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 마음이 더 움직였고 사법 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는 상황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법농단 1호 재판'은 지난 13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라 판결한 사안이다.

이 전 판사는 "제가 우려한 부분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보다도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야 사법농단의 부당성이 입증되고, (증거 부족등의 이유로) 무죄가 나오면 사법농단의 실체가 없고, 피의자들이 마치 피해자인양 곡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며 "국회가 주도해야 할 사법농단 후속 처리인 법관탄핵 제도화를 안 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치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전 판사에게 당원, 당규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전 판사에게 당원, 당규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그는 21대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공정한 사법시스템 구축을 과업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수많은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결국 법원이 결정짓는 ‘사법과잉의 시대’를 겪고 있다"며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사람들, 이 평범한 우리 대부분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법원의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 절차의 불투명성이다"고 답했다. 이 전 판사는 "재판 기록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들은 녹음이나 영상촬영 의무화도 느는 추세인데 우리는 잘 안돼있다. 속기록도 판사가 한 말은 공식기록에 상세하게 적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사법개혁을 판사들에 맡기다 보니 판사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만 개선하려고 한다"며 "재판의 불투명성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건 판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재판 받는 법원서비스 수요자이자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전 판사는 ‘비위법관 탄핵’과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를 양대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40년도 더 된,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대법원장 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판사는 '내부고발자가 정당에 입당하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일부 비판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여러 생각이 있을수 있다고 본다. 제가 살펴서 경청하겠다"며 "현 시점에서 내가 피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 책임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것은 드러나게 돼 있다"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뭘 지향하는 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2020.01.19.   photothink@newsis.com[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10호 영입인재인 이탄희 전 판사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2020.01.19. [email protected]
한편 이 전 판사는 2005년 사법연수원 34기 졸업 후 2008년 3월 판사로 임용된 후 단독판사로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지방변호사회 선정 우수법관에 오르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수학하는 등 유능한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2017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코스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았으나 법관들을 뒷조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법원 내 인권연구 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들의 존재를 알게 되자 사직서를 제출하며 사법농단에 저항했다.

사직서는 반려됐지만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이어지며 사법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양심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회로 나와서도 사법개혁을 위한 일을 했다.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열한 차례 법원과 검찰개혁을 위한 권고사항 발표를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다양한 강연과 인터뷰 등으로 사법개혁 정당성을 알리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참여연대 의인상’과 2019년 ‘노회찬 정의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전관예우와 대형로펌을 거부하고 소송 수임료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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