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하나로 재계서열 5위 '롯데신화' 만든 신격호 명예회장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01.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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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사진제공=롯데지주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사진제공=롯데지주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LG 구인회와 함께 국내 4대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 껌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현해탄 경영'으로 롯데를 국내 5대 그룹으로 키워냈다.

'그린껌'으로 시작해 국내 5대 그룹으로 성장한 롯데
젊은 시절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신 명예회장은 1944년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해 1948년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사진제공=롯데지주젊은 시절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신 명예회장은 1944년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해 1948년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사진제공=롯데지주


1922년 10월 4일 경상남도 울산군 상남면 둔기리에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부산공립직업학교를 마친 뒤 일본 유학을 떠나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신 명예회장은 1944년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껌 장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전후 별다른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일본에서 그의 '그린껌'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껌사업 성공에 힘입어 1948년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일본에서 1959년 롯데상사, 1961년 롯데부동산, 1967년 롯데아도, 1968년 롯데물산, 주식회사 훼밀리 등 상업, 유통업으로 커졌다. 사명인 롯데는 신 명예회장의 애장서인 괴테의 '벎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인 '샤롯데'의 애칭인 '롯데'에서 따왔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에도 샤롯데의 모습을 본 딴 동상이 있는 것도 샤롯데에 대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애정을 의미한다.

1965년 한·일 양국 간 수교 계기로 고국서 사업 확장
1965년 고국으로 입국한 신격호(가운데) 명예회장. 신 명예회장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등 한국 롯데의 기반을 만들었다. /사진제공=롯데지주1965년 고국으로 입국한 신격호(가운데) 명예회장. 신 명예회장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등 한국 롯데의 기반을 만들었다. /사진제공=롯데지주

신 명예회장이 고국인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건 1965년 한·일 수교를 맺으면서다. 1967년 신 명예회장은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 롯데의 시작을 알렸다. 경제 발전을 위해 해외 자본이 필요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열망과 맞물려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호텔롯데가 대표적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관광사업에 관심을 보였고, 롯데는 1973년 호텔롯데를 설립하고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반도호텔과 국립중앙도서관 부지를 매입해 현재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을 건립했다.

이후 롯데는 1974년 롯데산업·롯데상사·롯데칠성음료, 1975년 롯데자이언츠, 1978년 롯데삼강, 롯데건설·롯데햄·롯데우유, 1979년 롯데쇼핑, 1980년 한국후지필름, 1982년 롯데캐논·대홍기획 등을 출범했다. 이 중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하면 롯데가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사업 123층 롯데월드타워
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사진제공=롯데지주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사진제공=롯데지주
서울시 송파구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명예회장 평생의 숙원사업의 결과다. 신 명예회장은 1987년 현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매입하며 "잠실에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말했다. 30여년 간 품어온 사업은 2009년에서야 첫 삽을 뜬다.

신 명예회장은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를 건립하며 "외국 관광객들에게 계속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며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싶어할 만큼 세계에 자랑할 만하고 후세에 길이 남을 수 있는 건축물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동안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물렀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갈등으로 다시 롯데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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