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트럼프·트럼프? '다보스포럼' 눈여겨볼 점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2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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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21~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

2018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2018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전세계 지도자들이 총출동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다. 올해 포럼은 2년 만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무역분쟁과 기후변화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올해 50회를 맞은 다보스포럼은 오는 21~24일 '화합과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을 주제로 열린다. 주요 세부 의제는 지구 살리기·공정 경제·지정학 등 7개 분야인데, 각국 지도자들은 무역전쟁, 이란 문제, 호주 산불과 관련한 기후변화 문제 등을 놓고 직·간접적으로 의견교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텡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빌 게이츠 게이츠&멜린다 재단 공동 회장 등 전세계 지도자 53명을 포함한 3000여명이 참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불참한다.



한국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트럼프·트럼프? '다보스포럼' 눈여겨볼 점들
1. 탄핵재판 시작날 '미중 합의' 연설할 트럼프
18일(현지시간) CNBC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가장 많은 질문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인 21일 연설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성과를 자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재판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점은 숨기고 장점은 내세우는 특유의 화법으로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 탄핵 이슈를 덮으려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영국 가디언지는 "올해 다보스포럼은 예년보다 따뜻한 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면서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9명의 호화 대표단을 꾸리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13일 공식 합의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5일 공식 서명하면서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37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7.5% 또는 25%)는 유지하고, 오는 11월 대선 이후 2단계 합의까지 마치면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CNBC는 "휴전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정치, 경제, 기술적인 분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문가 상당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기술 자립도가 올라갔다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중국은 향후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 회피를 위해 기술 자립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했다.

2. 미국 vs 유럽 분쟁… 피할 수 있나?
지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사진 맨아래 왼쪽)을 응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오른쪽). /AFPBBNews=뉴스1지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사진 맨아래 왼쪽)을 응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오른쪽). /AFPBBNews=뉴스1
무역 분쟁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구글, 애플 등 미국 IT(정보기술)기업을 겨냥한 유럽의 디지털세에 맞서 와인세를 비롯해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보복 관세 위협을 하는 미국과 유럽이 긴장 관계를 회복할지도 이번 포럼의 관심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합의 서명에 이어 이튿날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안의 상원 비준도 받았다. 한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도 협상을 모두 마쳐 남은 상대는 유럽연합(EU)뿐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의 정상들간 행보가 향후 관세분쟁 향방을 가를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EU만 홀로 무역협상을 남겨두고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측이 다보스포럼 이전부터 활발히 물밑협상을 진행한 데다가 일부 진전이 있다는 발언도 나와 이번 포럼이 '평화 모드'로 갈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이란 문제 등에서도 감지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지난 14일 중국을 겨냥해 WTO에 정부의 산업보조금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안을 제안한 바 있다.

게다가 이란의 핵 도발을 두고 유럽이 등을 돌리고 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란 문제 관련해서 '트럼프 딜'이 좋다고 발언하는 등 상황이 변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이 새로운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포럼에 참석하지 않기로 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유럽은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콕 집어 사기로 한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WTO 규정에 맞는지 봐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미중 무역합의를 예로 들며 유럽에 관세 위협을 직접 시사할 경우엔 포럼 내내 양측간 분위기가 냉각될 수도 있다.

3. 호주 산불로 관심 커진 '기후문제'… 트럼프-툰베리 설전?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보는 툰베리. /사진=로이터통신.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보는 툰베리. /사진=로이터통신.
WSJ는 호주 산불을 예로 들며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기후는 산업계에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면서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각국 정상들의 기후 관련 행동 촉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포럼엔 '17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참석하기로 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설전을 벌일 수도 있다. 툰베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21일 연설 예정이어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툰베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지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보는 순간이 포착되며 화제에 오은 적 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와 트위터 등을 통해 계속 설전을 벌여왔다. 지난 17일 툰베리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기후대응 집회에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 변화 관련 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미 월가를 중심으로 금융·산업계에서도 기후변화에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최고경영자)가 참석해 '기후 변화 중심의 투자 전략'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블랙록은 앞서 올해 투자자 서한에서 '환경 지속성'을 투자 핵심 투자 목표로 삼는다고 계획을 밝혔다. 운용 자산만 7조달러인 이 회사의 방침 변화로 미국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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