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짝퉁 보수, 사이비 진보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20.01.20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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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를 보면 우리사회가 겪는 집단 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남녀·계층·세대 간 갈등이 아닌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꼽혔습니다. 응답자의 91.8%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설문 결과는 우리상식과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정당별 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 우리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대략 50대 50 정도로 나눠져 갈등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보수입니까, 아니면 진보입니까. 문제는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짝퉁 진보 짝퉁 보수, 사이비 보수 사이비 진보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우선 보수부터 보겠습니다. 보수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법질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어떤가요.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한다며 현행법상 집회 금지구역이자 입법부의 심장인 국회로 태극기 부대 등을 불러들여 난장판을 만들고 국회를 마비시킨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총선을 앞둔 자유한국당의 공약 1호는 ‘괴물 공수처 폐지’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압승을 거둬 공수처법을 폐지하고 검찰의 권한을 예전처럼 강화해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자유한국당은 입만 열면 검찰개혁을 비난하지만 사실 검찰개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입니다. 서민들은 검찰개혁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은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싸움일 뿐입니다.



진보는 어떤가요. 진보 세력이 사이비라는 점은 ‘조국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국 사태는 진보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기존 진보진영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수장 자리에 있는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강력 문책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DLF 사태로 손실을 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거액자산가라는 점입니다. 은행예금 자산만 5억원이 넘는 0.01%의 강남3구 VIP 고객들의 손실을 보상해 주려고 금감원은 법에도 없는 일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서민들을 위하는 진보정권일까요, 아니면 부자들을 위한 보수정권일까요.

문재인 정부가 서민의 삶을 우선시하는 진보정권이 아니라 부자를 위하는 정권이라는 점은 잘못된 부동산정책과 이로 인한 집값 급등을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8개월 동안 서울집값은 무려 40%이상 올랐고 집값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강남3구라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느 시대인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케케묵은 논리를 따지나. 국민을 위하고, 경제를 살리고, 자유와 안보를 지키는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말입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금강경’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무릇 모든 상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안다면 여래를 보리라”고 말입니다. 가짜를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네이버 다음카카오 유튜브 정치뉴스에 열심히 댓글을 다는 당신, 그리고 광화문 여의도 서초동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 노란깃발을 들고 쫓아다니는 당신, 사이비 보수 사이비 진보에 속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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