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 EU대사, '중국 스파이 활동' 의혹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1.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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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사바틸 전 주한 EU 대사/사진제공=유럽 연구대학원 홈페이지 프로필게르하르트 사바틸 전 주한 EU 대사/사진제공=유럽 연구대학원 홈페이지 프로필


전 한국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가 중국에 EU 기밀을 넘긴 ‘간첩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게르하르트 사바틸 전 EU 대사는 중국 정보기관 국가안전부에 포섭돼 공모자 2명과 함께 EU 집행위원회 경제 분야 고급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독일 슈피겔은 앞선 15일 독일·벨기에 검찰이 베를린과 브뤼셀 등에서 사바틸 전 대사와 공모자 2명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독일 검찰은 "중국 측 비밀 정보원들에 의한 간첩 혐의 사건"이라는 정도만 확인했다.



이 같은 소식에 EU 외교위원회 대변인은 ”외교 관계 속에서 우리는 정보 침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에 우리는 더 나은 보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사용 방법 등 EU 산하 모든 기관 직원의 인식을 높일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피겔은 애초 익명의 EU 대사가 중국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날 WP가 그 스파이는 사바틸 전 대사라고 명시했다.

사바틸 전 대사는 헝가리계 독일인으로, 1984년부터 33년간 EU에서 근무했다. 한국과 독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EU 대사로 근무했다.


한국 주재 대표부 대사로 있던 게 EU에서 맡은 마지막 보직이었다. 사바틸 전 대사는 2011년부터 한국에 파견될 때까지 4년간 EU 대외관계청(EEAS)의 동아시아·태평양국장을 지냈다.

사바틸 전 대사는 2017년 EU에서 퇴임 직후 EUtop이라는 로비스트 회사에 영입됐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독일 검찰은 사바틸 전 대사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중국에 여러 차례 건너가 현지 정보 요원들과 회동한 사실을 포착했으며, 지난 1년간 검찰은 통신 감청을 통해 그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EU 대사가 중국 정보당국에 포섭됐다는 의혹에 유럽 언론은 충격을 표했다. 슈피겔은 "유럽 관료가 중국의 간첩 활동에 연루됐다가 적발된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가뜩이나 화웨이 통신 장비를 통한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 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때 터진 사건이라 주목받고 있다“고 평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사바틸 전 대사의 공모자 2명은 EUtop과 별개의 로비스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로, 사바틸 전 대사가 중국에 협조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바틸 전 대사의 간첩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나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한편 EU 외교위원회 내부보고에 따르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는 중국인 스파이 250여 명, 러시아 스파이 2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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