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정유사들 올해도 울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1.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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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과잉 상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구조적 변화 어려워…운송비 보험료도 증가

18년만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정유사들 올해도 울까?


정유업계가 18년만에 '제로·마이너스 정제마진' 시대를 맞았다. 보통 정제마진이 "4달러 이하이면 돈을 못번다"고 하는데, 아예 마이너스이거나 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200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를 기록해 전주(0.4달러) 보다 하락했다. 일별로는 지난 16일 -0.27달러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refining margins)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올라가면 정유사 수익성이 개선되고 떨어지면 수익이 부진에 빠진다.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두바이유를 기본으로 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을 수익성 지표(벤치마크)로 활용한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셋째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에 대한 드론 테러 공격때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0.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셋째주에는 배럴당 -0.6달러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오히려 0.6달러씩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이후 12월 1주 0.2달러로 소폭 개선됐다가 12월 3주차부터 다시 마이너스 혹은 제로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올해도 정유업계의 수익성 개선은 힘들다. 업계는 정유업계 업황이 악화한 구조적 요인으로 중국의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을 꼽는다. 중국 산둥성 일대에 몰려 있는 이른바 '찻주전자 정유사(teapot refinery, 하루 정제 처리량 10만배럴 수준의 소규모 정유사)'들이 공급 과잉을 수년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선언함에 따라 정제마진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종은 국제해사기구 규제 'IMO 2020' 영향이 예상만큼 크지 않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호재가 정유업종의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한때 높아지면서 정유사들이 내는 운송비의 보험료가 크게 올라가 정유사에 보험료 부담이 그대로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내는 운송비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붙이는데 기존 200달러이던 것이 700달러로 올랐을 정도"라며 "혹시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이 현실화하면 운송이 막힐 수 있는데 따른 리스크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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