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공항 춘추전국시대, 인천공항 일대 '규제프리존'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1.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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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상 최대 실적에도 "몇년안에 수확기 끝날수도"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인천공항은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입니다. 앞으로 ICT(정보통신기술)와 접목한 최첨단 인프라 구축과 일대 산업생태계를 육성하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세계 1위 공항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항 일대를 규제 프리존으로 만들어 기업활동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매출 2조7690억원, 영업이익 1조3141억원 추정)을 달성했다. 이익창출로 정부에 준 배당금만 3700억원에 달한다. 한국전력공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쯤 되면 ‘만족스러운 성과’란 표현도 할 만하다. 하지만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은 “몇 년 안에 수확기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지난 10일 인천공항공사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구 사장은 “전통적인 공항 기능을 넘어 공항경제권, 산업생태계 육성을 통해 자생적인 수요창출 기능을 만들어 침체기에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경쟁국인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예로 들면서 공항경제권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항 바로 옆에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공장이 있고 MRO(항공정비) 단지를 갖췄다”며 인천공항도 이런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류에 기반한 ‘3K’(K컬쳐, K푸드, K테크놀로지) 정책을 공항에 접목해서 외국인 환승객을 유도하고, 면세점 등 한국의 우수한 공항 서비스와 인프라를 해외공항으로 확산시켜 인천공항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 2020에서 공개해 화제가 된 ‘개인비행체(PAV)’와 관련, “충분히 실현 가능한 구상”이라며 “인천공항도 드론이나 플라잉카에 기반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도심터미널 직행 노선인 광명역~인천공항 구간이나 인천공항을 출발해 경인 운하와 한강변을 거쳐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구간에 PAV를 활용하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구 사장의 생각이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지난해 인천공항 여객 처음으로 7000만명 넘었고,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4월 취임 후 성적표가 좋은데 소감이 어떤가.

▶인천공항이 그동안 성장세를 유지한 건 20~30년 전 대규모 국제공항 개발을 구상한 선견지명에서 비롯된 혜택이다. 하지만 몇 년 안에 수확기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옛 경영방식으로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 작년 9월 ‘비전 2030’을 만든 이유다. 여객과 물동량 확대는 물론 서비스 개선, 공항경제권 조성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1위 공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막연한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중점 사업과 경영 지표를 바탕으로 이 정도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 2조7690억원, 영업이익 1조3141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에 낸 배당금이 3700억원으로 공기업 중 1위다. 한일 외교갈등 등 악재에도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고 부채비율도 하락해 재무건전성이 아직 견실하다고 본다.

-북경 다싱 신공항 개항 등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이 불붙은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에서 우리나라 대표선수다.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허브화 전략을 짜야 한다. 다싱 공항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고 일본도 기존 공항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베트남도 호치민에 인천공항 규모의 초대형 공항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야말로 허브공항 선점을 위한 춘추전국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중장기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본은 인프라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스마트공항 인프라를 구축하면 일대 산업생태계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항 일대를 규제 프리존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특별법 제정 등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다녀왔는데 벤치마킹할 것들이 많았다. 비즈니즈 거점인 금융회사들이 가까운 곳에 많고 공항 바로 옆에는 롤이로이스 (항공기) 엔진공장이 있다. MRO(항공정비) 단지도 구축돼 있다. 40m 폭포수와 열대우림 등을 조성한 터미널 내부는 공항 자체를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공항 전통적 기능 외에도 이처럼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가치창출이 중요하다.

-정부 항공산업 육성 대책 중 핵심이 인바운드(외국인 국내여행)를 늘리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한류가 세계적 붐을 타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공항에서도 한류를 즐길 수 있는 3K(K컬쳐, K푸드, K테크놀로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보려 한다. 외국인 환승객이 공항 인근 지역에서 3~4일 정도 더 체류할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문화예술공항 조성을 중점 추진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요 항공사들의 코드쉐어(Code share, 공동운항)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앞서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인천과 미국 주요 도시를 공동운항해서 수익을 나누고 있다. 일종의 담합이란 지적도 있지만, 국제항공 추세가 그런데 우리만 외면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점을 공정위에도 충분히 설명했다. 양사 조인트벤처 효과로 한동안 중단됐던 보스턴, 미니애폴리스 노선이 복구되고 환승객도 늘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김휘선 기자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해외공항 개발사업 진출을 꼽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인천공항 주변을 국내 교역거점으로 만드는 게 공항경제권 구축의 첫 번째 축이라면 두 번째 축은 해외항공으로 인천공항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현재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위탁 운영을 비롯해 14개 국가에서 29개 공항개발 관련 프로젝트(총 2억2156만달러 규모)를 진행 중이다. 개항 초기 단계 운영지원이 많은데 한류, 면세점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끌고 가서 경제거점으로 만들겠다. 중동은 70년대 우리 건설근로자가 많이 갔지만 앞으로는 한류 진출 거점이 돼야 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공항 대규모 개발사업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2터미널 확장과 항공사 재배치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2월 기준 여객분담률은 1터미널이 71%, 2터미널이 29%다. 4단계 확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2터미널이 더 확장되고 여객수용 규모가 확대될 것이다. 현재 스카이팀 11개 항공사가 2터미널을 이용 중인데 올해 상반기 안에 항공사 재배치 잠정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터미널별 수요배분, 얼라이언스, 시설활용도, 혼잡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

-인천공항 미래 비전을 전담하는 팀(미래와 창의팀)을 직접 만들었는데 배경과 성과과 궁금하다

▶인천공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도자) 전략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통상적인 경영 업무를 배제하고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소규모 TF팀을 만들자고 했다. 전 직원 공모를 거쳐 입사 10년 차 내외 20~30대 젊은 직원 위주로 구성했다. 마음껏 놀아도 좋으니 편하게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는데 단기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30, 공항경제권 구상 등은 창의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경영전략회의에서 논의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 인터뷰를 했다. /사진=김휘선 기자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인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 인터뷰를 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공기업 최초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당선 후 첫 외부일정으로 찾은 곳이 인천공항이었다. 공사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 창출 1호 사업이란 중요성 때문이다. 현재 2개 자회사를 만들어 36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경비인력이 근무하는 제3의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상당수 인력이 정규직으로 바뀐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결과 일부 채용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났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시정 요구가 많았다.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절차가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다.

정년 연장은 고령자가 많은 환경미화 등 단순직은 모든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연장하는 게 맞다. 다른 직종도 정부 정책 방향에 맞게 처우를 할 생각이다. 지난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자 평균 임금상승률은 3.7%다. 적다는 분도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됐다는 것을 높게 평가해야지 보수 수준을 당장 똑같이 하는 것은 성급하다. 노사정협의를 잘 운영하면 올해 6월 말까지는 합의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20 CES에서 현대차가 플라잉카(개인비행체·PAV)를 공개했다. 드론과 함께 모빌리티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인천공항도 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재직 시절 ‘드론법’을 만들면서 실무진,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할 기회가 많았다. 플라잉카도 무인 자동운행이 된다면 일종의 드론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많고 높은 건물이 있는 고밀도지역에서 운행하려면 관제 등 안전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당시 전국 하천부지, 도로 상공 등을 조사해서 ‘드론 하이웨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 주변 사람들이 꿈꾸는 소리라고 했는데 현실은 오고 있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본다면 현재 광명역에서 공항까지 논스톱으로 오는 도심터미널 버스 구간에 플라잉카를 우선 적용하고,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올 때는 경인 운하 상공에 진입해서 한강변을 따라 도심에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술개발로 비행체 안정성이 확보되고 법적 뒷받침만 된다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고 본다.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라 미래는 꿈을 꾸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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