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업체라더니"…필리핀 여행업체 '먹튀'에 눈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1.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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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와 보라카이 지역 여행 예약업체가 돌연 폐업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필리핀 세부와 보라카이 지역 여행 예약업체가 돌연 폐업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국내 여행객들의 인기 해외 여행지로 꼽히는 필리핀 세부와 보라카이의 숙박·액티비티 예약 대행업체가 돌연 폐업했다. 설 연휴를 전후해 가족·지인들과 필리핀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대형 여행카페의 추천을 믿고 맡겼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7일 네이버 카페 '에브리필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한국인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 대행업체 에브리필이 돌연 폐업했다. 에브리필은 전날(16일) 여행사 카페에 "경영악화로 부득이하게 폐업결정을 하게 됐다"며 "피해 고객에게 개별적인 환불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정작 에브리필 측은 약속한 환불은 커녕 피해자들의 메일도 읽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상 연락이 두절된 것. 에브리필에 여행 예약을 맡긴 한 여행객은 "메일을 확인하는데 (에브리필 측이) 읽기만 하고 답장은 없다"고 말했다.



수백만 원 피해…당장 여행 앞두고 피해자 발 동동
여행 예약대행업체 폐업과 관련해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피해금액.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여행 예약대행업체 폐업과 관련해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에 올라온 피해금액.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에 따라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이 동남아 대표노선인 만큼 에브리필을 통해 여행을 계획한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2월은 유명 휴양지인 세부, 보라카이의 여행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란 점에서 여행을 코 앞에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행객이 많다.

실제 피해자들은 최소 100여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에브리필이 폐업을 통보한 16일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에만 450여 명이 가입한 상태다. 아직 폐업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여행객들도 있어 실질적인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금액 역시 적지 않다. 숙박 등 대행을 맡겼던 예약이 중간에서 없어지게 되며 적게는 40~50만 원부터 많게는 300~400만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한 여행객은 "시아버지 칠순을 기념해 세 가족이 가기로 했는데 400만 원을 날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도 호텔 예약금을 입금했지만 예약확인 바우처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피해자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영 악화로 부득이하게 폐업했다는 에브리필의 해명과 달리 이미 수 개월 전부터 돈을 빼돌릴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12월부터 환불을 거절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 여행객이 호텔로부터 예약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고 에브리필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에브리필은 아직 호텔에서 환불이 되지 않았다면서 환불요청을 미뤘다.

대형 여행카페가 믿으라 했는데...
여행 예약대행업체는 해당 지역 여행정보 등 영향력이 큰 대형 커뮤니티가 추천한 곳으로 드러났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여행 예약대행업체는 해당 지역 여행정보 등 영향력이 큰 대형 커뮤니티가 추천한 곳으로 드러났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일각에선 에브리필을 믿을 만한 업체라고 소개한 유명 필리핀 여행 카페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 대부분은 가입자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세부·보라카이 여행 전문 카페를 통해 에브리필 예약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카페들은 현지 여행업체 광고 홍보글을 올리는데, 에브리필에 대한 홍보도 상당수다.

심지어 해당 카페 운영진은 여행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에브리필과의 계약을 권장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필리핀 여행 관련 A카페에 "여행을 준비하며 즐거웠던 시간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매니저님이 믿고 예약해도 된다고 답글을 달아줬던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실제 해당 카페 매니저는 "에브리필은 오래되고 검증된 친구업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카페 매니저는 "에브리필 대표와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도움을 받았었다"며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데 이런 일이 생기게 되어 당황스럽다. 에브리필 부도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입자 수가 55만여 명에 달하는 B카페 측은 "현재 경찰 상담을 받은 상황"이라며 "변호사 상담 등을 받은 후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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