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탈당' 임한솔이 폭로한 전두환의 골프실력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0.01.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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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전두환 저격수'를 자처해온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7일 탈당을 선언했다.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서대문구 구의원을 그만두려 했지만 정의당이 이에 반대하면서다.

임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임 부대표는 서대문 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정의당 소속 비례대표로 4·15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구의원직을 내려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의당이 반대했다.



임 부대표는 전두환씨를 추적해왔다. 전씨가 12·12 군사 반란 40년이 되는 날 반란 가담자들과 기념 오찬을 하는 장면과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 등을 직접 포착해 공개한 바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 부대표는 정의당을 탈당해 총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2020.1.17/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 부대표는 정의당을 탈당해 총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2020.1.17/뉴스1


임 부대표는 지난해 11월 직접 목격한 전씨의 골프실력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를 통해 전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전씨의 드라이버 스윙은 안정적이었다. 포물선을 그린 공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잔디 위에 안착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80대 후반의 전씨가 친 공이다.



정교함이 필요한 어프로치샷도 안정적이었다. 홀컵을 40~50m(미터) 정도 앞에 둔 전씨의 어프로치샷은 그린에 안착했다.

임 부대표가 현장을 급습했지만 전씨는 자신의 플레이를 위해 공의 위치를 살펴봤다. 남자 동반자에게 퍼터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 동반자는 박지만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의 회사인 EG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임 부대표 일행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퍼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카트로 이동하는 전씨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그의 골프에 대한 애착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다.


임 부대표는 "전씨가 드라이버 티샷을 할 때 2번홀 언덕 밑에 숨어 공이 날아오는걸 지켜봤는데 멀리서 보면 절대 88세 노인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건강한 사람의 스윙이었다"며 "알츠하이머는 당연히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 부대표는 여러 제보와 언론보도 등으로 전씨의 '패턴'을 파악했다. 전씨가 이날 라운딩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잠복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오전 9시23분 전씨를 태운 검정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이 연희동에서 출발했다.

이 차는 1시간20여분 뒤 홍천 골프장에 도착했다. 골프장의 의전은 이례적이었다. 캐디들은 '90도 인사'를 했다. 골프장 직원 2명도 함께 인사했다. 전씨의 아내 이순자씨 등 10명 정도가 카트 두 대를 나눠타고 함께 이동했다. '황제골프'로 부를만 했다.

임 부대표는 "주변에서 주목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엄청난 위세였다"며 "수행인력까지 붙고 현직 대통령이 와서 골프를 치는 것 같은 의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씨의 라운딩 현장을 급습한 임 부대표는 전씨와 10분 정도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씨는 임 부대표에게 "너 군대는 갔다 왔냐"고 질문했다.

임 부대표는 "광주에서 발포 명령을 내린 실권자가 아니냐고 추궁하니 '네가 군체계에 대해 뭐 아느냐' 이런 뉘앙스로 한 말 같다"며 "무력을 동원한 쿠데타로 균 지휘체계를 망가뜨린 장본인인 전씨가 군체계에 대해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씨는 여전히 본인이 불법 무력 동원 쿠데타를 일으킨 것에는 일말의 반성이 없다"며 "그런 전씨가 감히 군체계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부대표는 골프장 관계자로 추정되는 동반자에게 "계산은 전두환씨가 하냐"고 두 번 물었다. 첫번째 질문에 관계자는 대답을 하지못했다. 재차 같은 질문을 하자 "나가 이 개XX아"라는 욕설이 돌아왔다.

전씨는 자신의 전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꼽히는 세금 고액·상습체납자면서도 갚을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

임 부대표는 "전씨가 계산을 했다고 하면 재산이 없다는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가 문제되고, 골프장에서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본인에게 화살이 향할테니 대답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임 부대표를 쫓아낸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임 부대표가 멀어질 때까지도 크게 소리를 질렀다는 전언이다.

한편 임 부대표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에서는 현역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면 상무위원회의 의결을 구해야 한다"며 "이 규정에 따라 상무위에 의결을 요청했지만 재가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 부대표는 "전두환 추적을 국회의원이 돼야만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엄연한 권한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소명을 완수하고자 4월 총선에 출마하기로 최근 결심했다"고 말했다.

임 부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인 전날 구의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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