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삼성전자, 기관은 계속 파는데…지금 사도 될까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1.19 07: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293>시가총액 역대 최고치까지 1% 남아…추가 상승 여력 있을까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고가' 삼성전자, 기관은 계속 파는데…지금 사도 될까요?


13일 삼성전자 주가가 처음으로 6만원에 도달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액면분할(50:1)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300만원이다. 3년 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고 증권가에서 한창 흥분했을 때도 도달하지 못했던 꿈의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9일에 2017년 11월 1일에 세운 종가 기준 최고가 5만7220원(액면분할 전 286만1000원)과 11월 2일에 기록한 장중 최고가 5만7520원(액면분할 전 287만6000원)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리고 2거래일 만에 6만원에 도달했다. 상승세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는 지난달 18일에 2017년 11월 1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4만6700원(액면분할 전 233만5000원)을 터치했고, 이달 8일에는 장중 최고가 4만7180원(액면분할 전 235만9000원)마저 경신했다. 그리고 16일에 주당 5만원 위로 처음으로 올라섰다. 액면분할 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25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는 시가총액 기록을 갈아치우는 일만 남았다. 주당 가격은 이미 역대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시가총액(=주가×발행주식수)은 역대 최고 기록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자사주 소각 등으로 인해 발행주식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역대 시가총액 최고 기록(종가 기준)은 2017년 11월 1일에 기록한 414조2750억원이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07조8326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까진 앞으로 주가가 약 1.6%만 오르면 된다.

'최고가' 삼성전자, 기관은 계속 파는데…지금 사도 될까요?
16일 달러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3480억 달러)은 글로벌 기업 가운데 12위에 해당한다(17일 종가와 달러 기준으로도 글로벌 12위는 변동이 없다). 1위는 애플(1조3820억 달러)이고, 2위 마이크로소프트(1조2677억 달러), 3위 알파벳(1조7억달러)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16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국의 알리바바(6008억 달러), 텐센트(4967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크다. 대만의 TSMC는 시총이 3047억 달러로 삼성전자에 비해 12% 이상 적다.

여기서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난 3개월간 주가가 20%가 넘게 오른 만큼 앞으로 추가 상승보다는 오히려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주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또한 덩치가 커진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증시가 급등한 탓에 차익 실현 매물이 한동안 계속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향후 증시에 지난해 4분기부터 집중 유입됐던 금융투자(기관) 현물 수급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 4분기 코스피200 현물에서 약 6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최근 이들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이외에는 적극적인 수급 주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투자의 매물을 완충해줄 만한 기제가 보이지 않는다"며 "길게는 3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까지 차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변동성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역대 최고가로 오른 삼성전자를 누가 추가 매수할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지금 들어가도 먹고 나올 수 있느냐고 물으며 삼성전자 추가 상승에 자신 없어 한다. 더군다나 연초부터 차익 실현에 나선 기관이 매물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상황이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기관은 올해 들어 17일까지 삼성전자를 –9177억원 순매도했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 (67,200원 ▲400 +0.60%)에 대해서도 기관은 올해에만 –1088억원을 털어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순매도 규모는 기관이 -1조265억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서 각각 7272억원, 3000억원 순매수했다. 즉 기관만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들어 유일하게 1조원이 넘는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상승세가 금방 꺾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면 종국에 가서는 기관도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관이 삼성전자를 다시 매수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또 한 번 상승곡선을 탈 수 있다. 올해 순매도 규모 1조원이 매수자금으로 다시 돌아오면 주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히 있다.

이제 삼성전자는 시총 역대 최고치까지 1.6%만 남았다. 한 번 구르기 시작한 돌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기관이 다시 매수를 시작하면 한참 더 구를 수 있다. 구르는 돌이 멈출 기색을 보이질 않는데 섣불리 혼자 먼저 뛰어내리면 큰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행동재무학에서는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면 서둘러 처분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충동에 빠져서 큰 이익을 놓치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 부르는데,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서둘러 처분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