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대로 사들이는 中…"전세계에 고기 부족하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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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중국 돼지열병 여파
전세계 식탁이 비싸졌다

지난달 19일 중국 산둥성 빈저우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기를 사려고 몰린 사람들 모습. 중국의 설연휴인 춘절을 앞두고 지난해말부터 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달 19일 중국 산둥성 빈저우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기를 사려고 몰린 사람들 모습. 중국의 설연휴인 춘절을 앞두고 지난해말부터 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신음하는 중국, 극심한 경제난으로 식료품 가격이 치솟는 남미 등으로 인해 지난해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5년만에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특히 돼지고기 수급 비상이 걸린 중국은 춘절(중국 설연휴)를 앞두고 닥치는대로 육류를 수입하고 있어 "전세계에 고기가 부족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닥치는대로 사들이는 中…"전세계에 고기 부족하다"


중국, 전세계 식탁을 비싸게 만들다
UN(국제연합)식품농업기구(FAO)의 전세계 식료품 가격 지수는 지난해 12월 181.7까지 치솟으면서 3개월 연속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FAO의 전세계 식료품 가격 지수는 육류, 시리얼, 식물성 유지, 유제품, 설탕 등 5개 원자재의 월병 평균 가격을 합산한 지수인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건 육류와 유제품, 설탕 등이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년새 지수가 13%나 뛰는 등 전세계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닥치는대로 사들이는 中…"전세계에 고기 부족하다"
전세계 최대 돼지고기 시장인 중국이 ASF로 1억마리 이상의 돼지를 도살하는 등 수급 비상이 걸린 것이 하나의 큰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달 전년대비 97% 상승했고, 전달에도 110% 상승하는 등 급등했습니다. 중국이 설연휴인 춘절을 앞두고 지난해말부터 육류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전세계 축산업계는 "고기가 부족하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대비 75% 증가한 211만톤, 소고기는 59.7% 증가한 166만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지난해 1~11월 육류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16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하기도 했싑니다.

중국이 얼마나 돼지고기 부족에 조급함을 느끼는 지는 무역전쟁을 진행 중인 미국으로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양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도 미국산 돼지고기에 붙은 관세는 그대로 총 72%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1일부터 미국산 냉동 돈육 관세를 68%까지 낮춘 후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11월 중국에 수출한 돼지고기가 전년대비 49% 증가한 1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中'블랙홀'에 전세계 고기값도 연쇄 상승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투자은행이자 컨설팅 회사인 인터내셔널 에프씨스톤(INTL FCStone)의 대린 프리드리히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현재 가능한 모든 육류를 전세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축산농가들은 공급이 벅차 난리고, 소비자들은 비싸진 고기값에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 등 남미를 비롯해 유럽은 육류 공급난을 겪을 정도라면서 세관 신고가 늘어나서 공무원들도 일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호주 농업부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해 1~11월 중국에 수출량 소고기 규모가 전년대비 81%나 증가한 26만5000톤을 기록했습니다. 그마저도 10월까지는 7% 증가에 그쳤는데 11월 증가세가 컸다고 합니다.

문제는 호주가 5개월 넘게 이어지는 대형 산불로 축산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입니다. 호주에선 10만마리 이상의 가축이 불타 죽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주에선 중국에 나가는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인에 안방 육류 가격 상승 또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 대형 산불에 축산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호주 대형 산불에 축산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중국이 브라질산 고기도 닥치는 대로 수입하면서 브라질도 지난달 소, 돼지, 닭고기 등 육류 가격이 전달보다 17.7%나 뛰기도 했습니다. 가격상승률을 3.9% 예상했던 브라질 당국은 깜짝 놀라 대책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밖에 영국도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이 12% 상승하고, 유럽 전체로 보면 양돈농가의 돼지고기 공급가격이 40% 뛰었습니다.

트럼프의 선견지명..."돼지고기 수출 준비하라"
양돈농가를 방문해 돼지고기 구이를 먹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양돈농가를 방문해 돼지고기 구이를 먹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수개월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돈농가들에게 "중국에 수출할 물량을 준비하라"고 업계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고율의 관세에도 중국이 전쟁 중인 미국산 돼지고기에도 손을 뻗칠 것을 예상했던 것일까요?

이번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양돈농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 관세를 일부 인하했는데 68%의 관세를 더 낮추면 미국 양돈농가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미국내 일자리가 곧바로 수만개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 자신의 성과를 대중 앞에서 자랑하곤 합니다. 어쩌면 조만간 대선 유세 현장에서 "중국이 비싼 가격에 우리 돼지고기를 마수입해갔다"고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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