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안 쓰면 車는 어쩌나"…독일의 고민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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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자동차 등장으로 독일차 산업과 5G 연계…"화웨이 금지하면 독일차는 중국 시장에서 밀려날 것"

독일이 화웨이 분쟁에 빠졌다. /사진=AFP독일이 화웨이 분쟁에 빠졌다. /사진=AFP


독일이 5세대 이동통신(5G)망 구축사업을 둘러싸고 중국 화웨이 장비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5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쓰면 미국과 갈등을 빚고,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특히 중국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독일 차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독일이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 끼여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앞서 미국은 화웨이의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날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NYT에 "서방은 세계를 같은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5G에 대한 공동의 해결책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간 독일 의회는 '화웨이를 어떻게 할것인가'를 두고 논의해왔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화웨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친기업 성향의 메르켈 총리는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해외 기업들이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 현재의 보안인증절차는 오로지 신뢰에만 의존하고 있어 본질적인 결함이 있다"며 "화웨이와 거래할 때는 중국 공산당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독일이 화웨이를 배제하면 독일 자동차 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컨 독일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한 행사에 참여해 "독일이 자국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뒷감당할 일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2800만대 가운데 약 4분의1이 독일차였다. 중국 정부가 독일차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화웨이와 손잡고 한창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화웨이와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다임러 자사 제품에 화웨이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BMW도 화웨이와 연구개발협력을 진행 중이다. NYT는 "유럽의 노키아나 에릭슨 등이 5G네트워크를 구축할 능력은 있지만 이미 화웨이가 독일의 기존 네트워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하는 것은 너무 오래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전했다.


독일 외무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시그마르 가브리엘은 "화웨이를 금지하면 독일 자동차 업계는 중국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면서 "특히 화웨이 사용 금지를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독일 자동차 산업을 계속 위협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화웨이 금지는 독일의 자동차 산업계를 위축시켜 결국엔 미국에만 좋은 일이 된다는 의미다.

독일은 정해진 안전요건을 이행하는 기업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의 반대가 거센 만큼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독일은 이달 중 화웨이 5G 장비 사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의회에서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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