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목동 용왕산 근린공원에서 바라본 목동 신시가지 모습 /사진=송선옥 기자
유명 위스키의 숙성기간이 아니다. 바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단지, 6단지, 14단지의 건축연한이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지났지만 목동과 재건축은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일대 사건이 터졌다. 바로 목동신시가지6단지가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것. 정밀안전진단은 총 5개(A~E)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인근에 붙은 안전진단 기금 관련 플래카드 /사진=송선옥 기자
목동 한 주민은 “목동은 백화점 병원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이 이미 잘 갖춰져 있고 유해시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주거지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 흐름과 연동되던 양천구 집값은 지난해 11월부터 눈에 띄는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양천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대비 2.37%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 1.64%를 웃돈다.
특목고 낀 6단지 전셋값, 2단지에 따라잡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목동2단지 전용면적 95.67㎡ 전셋값은 지난해 7월 6억원(12층)이었으나 지난달 8억700만원(8층)을 찍었다. 5개월새 전세값이 2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2단지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자사고인 양정고와 한가람고를 모두 끼고 있는 6단지의 95㎡ 현재 전셋값 호가가 8억5000만원”이라며 “교육제도 개편으로 2단지 전세값이 6단지를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 호가도 높아졌다.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목동7단지 전용 66.6㎡은 지난해 3월 11억6500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에는 14억7000만원(12층)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엔 15억2000만원(9층) 15억원(12층)에 각각 거래된 물건도 있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며 “보통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는 데 올해는 교육제도 개편 때문인지 이례적으로 매물이 없다”고 덧붙였다.
12·16 대책으로 시세 15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실제 거래도 드문 편이다. 5단지 65.08㎡의 경우 12월11일 15억원(15층) 실거래가 신고됐는데 14억9000만원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와 있었다. 목동 신시가지에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소위 갭투자를 하려면 중소형이라도 최소 현금10억원은 있어야 한다. 대출이 차단된 상황에서 투자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목동신시가지 내에 붙은 목동 1, 2, 3단지 3종환원 확정 축하 플래카드 /사진=송선옥 기자
일반주거지역은 1~3종으로 나뉘는데 1종 일반주거지역은 저층 주택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지역으로 건폐율이 60% 이하, 용적률이 100~200%이하다. 보통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등의 건축이 가능하다. 2종은 중층주택 중심으로 건폐율 60% 이하로 1종과 같으나 용적률이 150~250% 이하로 늘어난다. 18층 이하의 주택 건설이 가능한데 보통 서울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아파트 단지의 경우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고 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00~300% 이하로 층고의 제한이 없어 재건축시 2종일 때보다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의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허용 용적률의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등 다양한 공공기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 발언, 재건축 제대로 되겠느냐?"
재건축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목동 신시가지 6단지 모습 /사진=송선옥 기자
6단지 인근 B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막상 집주인들은 재건축에 대해 큰 기대감이 없다”며 “재건축이 추진되려면 시장상황, 주민의지 등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말한 상황에서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적정성 검사는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재건축이 첫 삽을 뜬다 해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장애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