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공정위, 17년전 '마일리지 전쟁' 재현하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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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심사청구 때 공정위 위법성 검토...정면충돌 여부 관심

대한항공 보잉747-8i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대한항공 보잉747-8i 항공기.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논란이 확대되면서 2003년 벌어진 '마일리지 전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면충돌했고, 결국 검찰 고발까지 검토한 공정위가 판정승을 거뒀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대한항공에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를 요구한 데 대해 대한항공은 "적극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입정을 공정위에 전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적립률·공제기준 변경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공개했고, 소비자들은 혜택이 줄어든다며 반발했다.



공정위의 재검토 요구는 "소비자 입장을 더 고려해달라"는 취지였다. 공정위 입장을 전달받은 대한항공은 오해를 풀겠다며 홈페이지에 '팩트체크'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소비자 불만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비자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림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팩트체크 글이 게재된 다음 날인 15일부터 공정위 신고 참가자 2차 모집을 시작했다.

태림은 "2차 모집으로 공정위 신고가 늦어지지 않도록 신고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모집은 예정된 신고일(1월 중) 전까지만 하겠다"고 밝혔다.


신고(약관심사청구) 후에는 공정위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공정위가 마일리지 개편안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대한항공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개정안 조항이 약관법에 규정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사정에 비춰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대한항공-공정위, 17년전 '마일리지 전쟁' 재현하나
공정위는 대한항공에 개편안 재검토를 요청한 만큼 일정 부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위가 대한항공에 요청한 것은 복합결제(마일리지+현금 결제) 도입이었는데, 대한항공이 이를 도입하면서 적립률·공제기준 변경 등도 함께 추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17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2003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혜택 축소 계획을 밝히며 소비자 불만이 커졌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약관 조항을 '무효'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마일리지 혜택 변경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고, 유예기간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2004년 3월부터 약관 시행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공정위와 정면충돌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위반으로 대한항공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결국 대한항공은 유예기간 2년으로 연장, 마일리지 변경 사유 구체화 등을 담은 수정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고발 계획을 철회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번 대한항공이 내놓은 개편안은 2003년 때보다 규모가 훨씬 큰 '전면개편' 수준이라 공정위와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면충돌 선례가 있었던 만큼 대한항공이 논란을 키우지 않고 공정위와 논의를 거쳐 타협점을 도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차제에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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