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자발찌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자신을 미대 입시 준비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게시글에 연필로 그린 초상화 여러 장을 첨부했다. 초상화는 방송에서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배영호씨(가명)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상 공개된 사진과 닮은 모습이었다.
'성범죄자 알림e', 정보 공유시 처벌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공동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하단에 공개정보 유포시 처벌 규정이 명시돼 있다. /사진='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공동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성범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범죄자 이름, 나이, 키, 몸무게,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 성범죄 요지, 사진 등이 공개된다.
하지만 관련 법에 따라 성범죄 우려가 있는 사람의 정보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되고 있다. 확인한 신상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16년 지인에게 '성범죄자 알림e'에 고지된 신상정보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가 벌금 300만원 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에 본인인증만 하면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단지 공유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8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성범죄 알림e 공유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희경 의원은 "국민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는 정보임에도, 제3자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가까운 이웃이나 지인에게 주변 성범죄자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그림 공유, 범죄자 신상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방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도 출연한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림 그려 올린 사람은 (신상정보 확인) 과정이 힘들고 복잡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캡처 사진을 공유하면 처벌되니 대신 그림을 그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범죄자 신상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화면캡처방지 프로그램과 워터마크 프로그램을 필수로 설치한 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폰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사이트에 나온 사진을 빗대 그림을 그려 공유할 시 처벌 여부에 대해선 "법 해석의 문제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닮게 그리면 처벌, 그렇지 않으면 처벌 안 할 거냐 하는 등 그림을 평가하는 문제라 (일률적으로) 처벌하긴 힘들 것"이라고 오 교수는 말했다.
오 교수는 "알림e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공유했다는 건 우리나라가 범죄자 신상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공개하겠다면 정부가 명쾌한 의지를 가지고 조건이나 제한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