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개편에 파격인사 예고…'폭풍전야' 검찰 줄사표 이어지나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0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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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중앙지검/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검찰총장 의견수렴 없는 고위 간부 인사, 직접수사부서 축소 직제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이 안팎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다. 곧 이어질 중간 간부 인사까지 '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이 대부분 물갈이될 경우 이에 반발하는 검사들의 줄사표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과 줄사퇴가 실익이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창호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했다. 최 단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4일에는 검경 수사권조정 업무를 총괄했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와 상상인 저축은행을 수사했던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면서 검경 수사권조정 실무를 이끌었던 김 교수가 물러날 뜻을 밝힌 이프로스 글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김 교수는 "수사권조정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면서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상 현 정부의 검경 수사권조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었고 많은 검사들이 이에 동조했다.

김 부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에 연루된 상상인 저축은행을 수사했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이 이끌던 조세범죄수사부가 법무부의 직제개편에 따라 형사부로 전환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사의를 표명했다. 직제개편에 대한 반발로 읽힐 수 밖에 없다. 그의 주변에서도 평소 사직을 고민해오던 김 부장검사가 직제개편 소식을 듣고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검사들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는 나머지 검사들도 줄사표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대규모 직제개편이 예정된 서울중앙지검이나 검찰 내 주요 보직에 있는 부장검사들의 잇따른 사의표명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무턱대고 나가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서 "아직 중간 간부 인사가 나기 전이고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의를 표명한다면 오히려 검찰의 이미지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것이 돼 검사들이 전보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평검사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도 아닌 중간 간부들이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쉽사리 나갈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10년은 더 검찰에 계셔야 할 분들이기 때문에 쉽게 사표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다음주 중으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검찰 직접수사부서를 축소시키는 내용의 직제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인사폭은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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