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난리날 것"이라던 '주택거래허가제' 꺼낸 靑, 왜?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1.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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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강기정 수석 “비상식적 폭등 지역 부동산매매허가제 검토”
전일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원상회복’ 발언 하루 만에 청와대 참모진이 과거 참여정부에서 논의한 ‘주택거래허가제’ 검토 의사를 밝혔다.

현행법상 근거가 없고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규제여서 발언 배경과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겠지만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한 지역에 대해 ‘부동산매매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도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2017년 5월)로 서울 아파트값을 되돌리기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면서, “부동산 매매가 단순히 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 "10억 이상 초고가가 몰린 강남 지역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단순한 안정화가 아닌 일정 정도 하향 안정화로 가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사진 왼쪽),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제공=뉴스1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사진 왼쪽),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제공=뉴스1
내 집 마음대로 못 판다? 주택거래허가제란
주택거래허가제란 말 그대로 주택을 사고팔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토지에 대한 개인 소유권은 인정하되,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이용하자는 이른바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 분야로 확장한 것으로 현재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토지공개념을 가장 먼저 부동산 정책에 활용한 건 노태우 정부다.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시장 유입과 올림픽 특수, 3저 호황이 맞물려 시장이 과열된 1989년 6월 정부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는데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폐지됐다.

이후 참여정부가 2003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라는 반발 여론에 결국 신고제로 방향을 틀었다. 거래자의 인적사항과 계약 체결일, 중도금·잔금 지급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적게 한 것이다. 2004년 3월부터 시행한 뒤 2015년 7월 폐지됐다가 2018년 8월 다시 시행됐다.

시행하려면 법률 개정 필요…국회 문턱 넘어야 가능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주택법을 근거로 하는데 사실상 토지공개념에서 비롯된 규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택거래허가제는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 기본권(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므로 제도가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국회 동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반발이 예상되며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정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강 수석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허가제를 거론한 것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안정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걸 강조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시행령 개정으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9억 초과 주택 구입자에게 예금 잔액, 증여세 신고서 등 10가지가 넘는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인데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규제의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강화하면 개인 금융정보가 노출돼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와 비슷한 효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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