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年 휴마시스, "2020년 글로벌 진출 전략 이렇게"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기자 2020.0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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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해냈다."

2008년의 어느 날. 휴마시스 본사는 임직원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독일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온 한 통의 연락 때문이다.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심근경색 진단 키트'를 드디어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해 온 분야였다. 국내에서 무르익지 않은 분야인 만큼 임상을 해외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부터 해마다 한두 차례 노크해 왔다. 보완을 거듭한 지 3년째 되는 해 파트너사로부터 'OK' 사인이 떨어진 것이다.

차정학 휴마시스 대표는 그날을 "그간의 고초가 봄 눈 녹듯 사라진 날"이라고 회상했다.



차정학 휴마시스 대표가 회사 체외 진단 키트 제품군 등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차정학 휴마시스 대표가 회사 체외 진단 키트 제품군 등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이유미


◇3년
휴마시스는 '심근경색 진단 키트'로 수출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체외 진단 전문 업체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세계 70여개 국가에 45개의 진단 키트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 전의 주력 아이템은 '임신 진단 키트'. 업체에 따르면 과거에도 현재에도 시장 점유율 1위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R&D(연구·개발) 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개발이 늦어지자 회사 통장 잔고는 한두 달치의 직원 월급 정도가 남게 됐다. 주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심폐소생을 했다. 내부 증자를 거치고 주주총회를 통해 총대를 새로이 멘 사람이 바로 차정학 대표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


연구진이던 그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며 다짐한 건 첫째도 둘째도 '영업'이었다. 성과를 반드시 보여줬어야만 했다.

"연구진들이 '심근경색 진단 키트' 개발을 맡게 되면 좌천으로 해석할 만큼 술렁이던 시절이었어요. 연구진은 개발 압박이 컸고 영업부는 개발된 제품을 해외 파트너사로 가져가 사정을 했죠. 그러고 또 거절당하고 다시 개발하고를 반복합니다."

'힘든 시간이었겠다'라는 말에는 "'내부 갈등'도 있었죠"라고 했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낸 순간 그런 마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성장에는 '늘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휴마시스가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인 시간은 3년. 심근경색증을 포함한 '심혈관 진단' 바이오 마커는 6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세계적 수준의 품질로 끌어올렸다는 게 차 대표의 자부심이다.

'3년의 인고'는 차 대표에게도 의미가 깊다. 2017년 IPO(기업공개)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올해 3년이 되어서다. 이 때문에 오는 2020년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글로벌
오는 2020년 중 경기도 군포첨단산업단지에 휴마시스 공장이 가동된다. CAPA(제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난해 신설에 나섰다. 완공되면 지금보다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은 IPO를 통해 마련했다. 신설 공장도, IPO도 모두 '글로벌 공략'을 위해 택한 것이다.

차 대표는 "2020년은 국제 입찰을 본격화할 원년"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수억원 규모의 국가별 또는 연방정부 중심의 지역별 입찰을 공략, 납품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수십~수백억원 규모의 국제입찰 참여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지역(세네갈, 부르키나파소, 코티드부아르, 이디오피아 등) 주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차 대표는 설명했다.

특히 국제입찰의 주요 기부자인 글로벌펀드, BMGF(빌게이츠재단) 등 민간단체의 대규모 수주에 도전한다.

기존 아파트형 공장에서 벗어나 자동화 시설로 제2의 주력제품으로 성장하고 있는 감염성제품(인플루엔자, 뎅기열, 말라리아 등)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가격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별·주기별로 바뀌는 바이러스 유전자에 맞춰 발 빠르게 제품을 개선하는 데 치중하기로 했다.

"제품이 있다고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개발, 생산, 영업, 가격 경쟁력(품질) 모두를 갖춰야 하죠. 멈춰 있을 수는 없어요. 그동안 자금 확보에 힘썼다면 그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죠. '맨 파워'를 통한 성장이죠."

◇ 성장에는 진통이 필요하다
"우리는 제조업이고 팔아서 살아야 한다."
"역량을 키워 성장하고, 훗날 회사의 임원으로 성장해라."

차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성장'을 강조하면서 하는 얘기다. 벤처 기업에 종사하는 것은 때로는 배수의 진을 친 상황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즉 물러설 수 없을 때 결사적인 각오로 임하고, 그 성공을 얻는 성취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관문은 좁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차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한번의 성공'보다는 '지속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의료 및 바이오 업계는 여타 산업보다 결실을 보는 게 느릴 수 있습니다. 주력 기술 몇 개를 세팅하고 숙련된 연구진이 개발해도 3년이 걸리고, 제품화에 이어 미국 및 중국에 자리 잡는 데 5~6년. 적어도 10년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죠. 시장에서 차츰 인정받아 매출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르고, 우리는 지구력을 키워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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