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청소년들이 '몸캠 피싱' 등 신종 사이버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지난 2018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그러나 지원센터가 도움을 청하는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그러나 미성년자 피해자 중 다수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걸 꺼린다. 일부는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걸 협회장은 "미성년자 피해자들은 부모에게 혼나거나, (주변에 사실이) 드러날까봐 무서워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피해자에 '부모 동의' 받아오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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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가부 산하 지원센터는 만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지원을 요청하면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가부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한 개인정보 관련 동의서와 지원센터의 피해영상물 대리삭제에 대한 동의서 등 관련 서류를 받고 있다. 미성년피해자의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민법'에 근거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자칫하면 수사 시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삭제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가해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라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는 이유를 밝혔다.
지원센터에서 거절한 피해자, 다른 단체로 찾아와
반면 정부 기관이 아닌 다른 지원업체들은 피해자 지원 시 '부모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2017년까지 '온라인 그루밍'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피해 지원을 전담해 왔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피해자의 이름, 주민번호, 거주지, 연락처 등의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있으면 피해자로부터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신규 요청자에 대해선 지원센터 문의 후 다시 넘어온 사람들에 한해 받고 있다"라며 "지원센터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여기선 해줄 수 있겠느냐'고 종종 요청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인 한국사이버보안협회에서도 부모 동의를 받지 않는다. 김현걸 협회장은 "(피해자의) 피해가 우선이다 보니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알기 위해 피해유형, 성함, 자필 사인 등의 간단한 사항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우선' 지원 필요해…정부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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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현걸 협회장은 "물론 일부 몸캠 피싱 건은 '사건'에 가깝기 때문에 보호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장은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저희(협회)랑도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정부는 지원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15일 여가부는 "부모 동의를 사전에 받기 어려운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신속하게 삭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와 지원센터는 미성년자 피해 증거를 우선 확보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지원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