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핑 돌았다"…'7등급' '용접공' 한국 사회 뒤집은 한 마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1.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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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 스타강사 주예지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 호주 가야" 발언에 논란 지속… "경제·학벌계급에 갇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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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지 강사./사진=유튜브 캡처주예지 강사./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스타 수학강사 주예지가 특정 직업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한국 사회 일그러진 모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접공' 비하 발언→사과…"변명 여지 없다"
주예지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구독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는데, 수학 시험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면 호주로 가서 용접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직업 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주예지는 한 시청자의 '수능 가형 7등급과 나형 1등급이 동급'이라는 채팅을 보자 "아니다. 가형 학생들이 나형 학생들을 심각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형 7등급이 나형 본다고 1등급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형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지 않냐"며 "노력했으면 3점짜리 다 맞히면 7등급은 아니다. 3점짜리 다 맞춰도 5~6(등급)은 가는데, 7등급 나온 건 3점짜리를 틀렸다는 거지. 안 한 거지"라고 단언했다.



이후 주예지는 손가락으로 용접하는 시늉을 하면서 "지잉이잉"이라고 용접 소리를 흉내 냈다. 그러면서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된다. 돈 많이 준다"라며 웃었다.

주예지는 이어 "여러분, 내가 지금 더워서 헛소리를 하고 있죠"라며 수습하려 했으나, 이후 누리꾼은 "공부 못하는 사람이나 용접을 배우는 거라며 용접공을 하찮게 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입으로 용접 소리를 흉내 내면서 비꼬는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또 "7등급과 특정 직업군을 동시에 비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 사진=주예지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주예지 유튜브 영상 캡처
논란이 커지자 주예지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주예지는 14일 오후 자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제(13일) 라이브 방송 도중 댓글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특정 직업을 언급한 것에 해당 직업 종사자와 라이브 방송을 시청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쳤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어떤 변명의 여지 없이 정말 사과한다. 앞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강사가 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전했다.

논란 지속…용접공 분노·주예지 비판 여론도
하지만 용접공들을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이 주예지의 발언을 규탄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유튜버 Paso J는 "뉴스를 보니 '그럴 수 있다'는 반응과 '직업 비하'라는 반응이 나뉘었더라. 설명하겠다. 호주에서 용접을 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를 얻기 위해선 토익은 800점대 이상이어야 하고 아이엘츠는 6.5 정도가 필요하다"며 "영어공부를 엄청 해야한다. 머리가 나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Paso J' 영상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Paso J' 영상 캡처
그는 "이 강사가 한 순간에 모든 호주 용접공을 7등급으로 만들어버렸다"며 "수학 잘 한다면서 튀어나온 말은 왜 계산을 못할까. 아이들 가르친다면 인성부터 갖춰라. 사적인 농담이면 모르겠는데 강의 중 한 말이지 않나. 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다른 유튜버 '호주 갱스타형님'은 용접공들에 대해 "실제 현장 영어를 써가면서 호주인들과 일 해야하기 때문에 주예지 강사의 생각 이상으로 더 많이 공부해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 직업이 생각만큼 쉬운 직업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또 "스타 강사를 한 계기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면 앞으로 학생들의 비전과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하면서 한마디 하기 전에 고민해달라.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학생들이 주예지 강사를 다시 찾을 때 '그 강의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들을 수 있는 분이 되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비판처럼 주예지가 △화이트칼라 노동자만이 높은 가치를 지녔다거나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는 등의 구시대적 의식을 가졌다며 이를 타파해야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강하지 않은 비판도 줄을 이었다. 주예지의 출신학교를 언급하며 "OO대를 졸업한 사람이 '공부의 신'을 언급할 건 아니다" "무슨 하버드 대학교라도 나온 줄 알았다. 얼굴 반반하고 적당히 공부 좀 했다고 스타 강사냐" "꼴랑 OO대 출신이 남을 무시하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경제계급, 학벌계급에 갇힌 사회… "다양성 사회로 나아가야"
전문가들은 주예지의 발언과 주예지를 비판하는 이들의 발언 모두 건강하지 않다며 우리 사회가 아직도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예지씨의 발언은 화이트 칼라 노동자만이 높은 가치를 가졌다는 시각을 보여줬다. 또 경제계급과 학벌계급이 있으며, 이 둘은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시각도 보여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 같은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하는데, 이런 발언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반증이다"라고 했다. 고 연구원은 또 주예지를 비판하는 이들의 '학벌' 관련 발언들 역시 학벌계급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분간 주씨를 향한 비판 여론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씨가 사과는 했지만, 주씨가 강사로서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계급을 성취해야한다며 학벌권력을 부추기는 당사자라서 사과를 해도 비판이 지속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예지는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입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스타 강사다. '2018 수능대비 직전 모의고사 해설 강의' 영상을 통해 배우 수지, 걸그룹 트와이스의 채영 등을 닮은 미모로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엔 대입 전문 업체 '커넥츠 스카이에듀'가 주예지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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