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석탄 회사서 돈 뺀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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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안하면 의결권 행사해 기업에 책임 묻는다

래리 핑크 블랙록회장 / 사진제공=블룸버그래리 핑크 블랙록회장 / 사진제공=블룸버그


글로벌 최대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올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기후변화는 회사 장기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이를 고려해 투자 포토폴리오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발전용 석탄(thermal coal)처럼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에서는 자금을 빼고,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약 7조달러(약 81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경제 환경 달라졌다...자본, 빠르게 재분배 될 것"
14일(현지시간) 블랙록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례 서한에서 핑크 회장은 "우리가 관리하는 돈은 은퇴 등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수십개 국 사람들의 것"이라며 "회사의 주주와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기후변화가 회사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주요 위험이 된 데 반해 금융 시장은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위험은 투자자들이 금융에 대한 핵심 가정을 수정하게 만든다"며 "대출기관이 장기간의 기후 위험을 측정할 수 없다면 30년 모기지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가뭄과 홍수로 식품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달라지고, 혹서나 다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신흥 시장이 생산성이 저하된다면 경제 성장 모델이 달라질 수 있다.

핑크 회장은 "기후 정책은 가격, 비용, 수요 등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위험 요소와 자산에 대한 심각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금 흐름은 과거와 달리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투자가 고객 포트폴리오의 가장 강력한 기반"이라며 "예상보다 빨리 자본이 재분배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발전용 석탄과 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에는 투자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핑크 회장은 "화석 연료를 거르는 새로운 투자 상품도 공개할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투명한 투자를 위해 스튜어드십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야 해결된다…개발도상국도 참여 해야
핑크 회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파리 협정에 부합하는 정부의 국제적 대응이 없으면 기후 변화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유엔에 파리 협정 탈퇴를 공식 통보한 바 있다. 핑크 회장은 "앞으로 수년간 우리가 직면하게 될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행동 규모와 범위"라며 "이는 저탄소 경제로 이동하는 속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발도상국도 저탄소 세계로 가는 길을 함께 해야 한다"며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경제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린다"며 "아직도 탄화수소 사용을 효율적으로 대체 할 수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기후에 대한 어떤 예측이 가장 정확한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맞다"고 확신했다.


그는 감독당국 뿐 아니라 보험사, 일반 대중, 투자자가 모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관리하는 데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 뿐 아니라 각 회사가 직원이나 공급망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고객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는지 등 전체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핑크 회장은 "회사는 광범위한 이해 관계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자비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제약 회사, 안전을 속이는 광공업 회사, 고객을 존중하지 않는 은행 등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어도 결국 주주의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장기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 사진제공=로이터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 사진제공=로이터


올해 투자 기업에 지속가능 정보 공개 요구한다…의결권 행사 불사
핑크 회장은 "투명성에 대한 중요한 진전이 이미 이뤄졌으며 많은 회사들이 지속 가능성을 보고하고 있지만, 보다 광범위하고 표준화된 항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완벽하진 않지만, 블랙록은 지속가능한 회계 표준위원회(SASB)가 노동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등 명확한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블랙록이 창립 멤버인 기후 관련 금융 공개 테스크포스(TCFD)도 기후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고 했다. 핑크 회장은 "SASB는 블랙록 웹사이트에서 공개돼 있으며, TCFD는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올해 고객을 대신해 투자하는 회사에 매년 말에 SASB에 따른 정보를 공개하거나 그와 비슷한 정보를 공개할 것, 그리고 TCFD의 권장 사항에 따라 기후 관련 위험을 공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보공개가 없다면 블랙록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회사가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회사가 실질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않을 때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지난해 블랙록은 2700개 회사에서 4800명의 이사에 대해 반대 투표를 하거나 결정을 보류했다"며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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