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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없어서…한달에 열흘 밤새는 '외상센터 이국종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민승기 기자 2020.01.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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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권역외상센터 "운영주체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 아냐"

의사가 없어서…한달에 열흘 밤새는 '외상센터 이국종들'




"권역외상센터를 정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단순히 운영주체를 바꿔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인 인력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같은 논란이 계속될 겁니다."

아주대학교 의료원장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에게 폭언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권역외상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지역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들은 본질적인 문제인 인력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조를 어떻게 바꿔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닫아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하면 30여 가지를 쏟아낼 수 있다"며 "지난해 간호인력 67명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22억원을 지원했는데 절반 정도인 36명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기존 간호 인력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인력이 부족한데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만큼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지방에서 개원한 권역외상센터들은 간호인력보다 전문의 인력수급이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당직·응급상황 등 근무 강도가 높다 보니 젊은 교수들은 권역외상센터를 기피한다는 것. 복지부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전담 전문의 1인당 인건비를 1억4400만원씩 지원하지만 전문의를 구하는 건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다.

한 달에 10일 이상 밤샘 당직을 선다는 한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간호인력은 부족하지 않다"며 "정말 시급한 건 전문의 충원인데, 전문의 연봉이 적지 않은데도 지원자가 없다 보니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도 "전문의 인력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기존 의사들마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2차병원으로 이직하는 실정이어서 유인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경기권을 제외한 지방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병원에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원자가 없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에서 취약지역 응급의료센터를 아무리 멋지게 짓는다 해도 의료인 확충이 안된다"며 "의료인 인력 모수가 커지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센터의 갈등은 결국 수익구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지역 외상센터 관계자는 "외상센터의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는 수익성"이라며 "한국에선 하루 수백명씩 환자를 봐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외상센터는 하루 10명만 봐도 정신이 없는 구조라 병원은 적자구조의 센터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외상센터에서는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 지켜보는데 환자당 3~4시간이 소요되므로 하루 10명을 돌보는 것도 벅차다는 설명이다.

정부에서도 권역외상센터의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의견에 대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를 민간에 위임한 건 본원(권역외상센터 개원한 병원)에서 인력과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력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센터를 직접 운영하면 또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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