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라임…유동성 옥죄는 TRS 담보비율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1.1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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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證, 자산가치 하락에 메자닌 활용 자산운용사들에 50% 비율 상향 협의…담보 CB 시장 출회 주가 하락…타 증권사 상향 시 상황 더 악화…KB證 "2018년초부터 담보비율 높여와"

라임자산운용이 믿었던 증권사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이 유동성을 더 옥죄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담보로 잡았던 자산이 부실화되자 증권사들이 담보비율을 높인 후 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라임 리스트' 기업들의 주가 낙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해 9월초 라임자산운용을 필두로 자산운용사 10여곳에 50%였던 TRS 계약 담보비율 상향 협의 요청공문을 발송하고, 운용사와 기초자산에 따라서 건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시 담보물 가치가 하락하면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단서조항 등이 달려있어 비율 상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 사정에 따라 협의도 가능하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운용사를 대신해 주식, 채권, 메자닌(Mezzanine) 등의 자산을 매입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이때 운용사는 담보비율에 따라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갈수록 꼬이는 라임…유동성 옥죄는 TRS 담보비율


현행 자본시장법상 TRS 계약을 통해 일으킬 수 있는 레버리지 한도는 400%지만,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200% 안팎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담보비율은 50~70%로 적용해왔다.

예컨대 담보비율 50%는 CB(전환사채) 등을 살 때 50억원만 담보로 제공하면 그 2배인 100억원 어치를 담을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담보비율을 100%까지 높인다는 것은 사실상 운용사들이 레버리지로 자산 매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전 KB증권은 라임운용에 담보비율 50%를 인정했다. 자산운용사와 건별 협의 후 해당 비율은 70%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이 라임운용 뿐만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에까지 담보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지한 것은 라임운용에서 기인한 CB 자산 부실화 탓이 크다. 라임자산운용이 CB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135원 ▼36 -21.05%), 동양네트웍스 (904원 ▼296 -24.67%), 슈펙스비앤피 (162원 ▼6 -3.6%) 등은 '라임 리스트' 에 오른 탓에 지난해 주가가 70~80% 곤두박질쳤다. 리드 (38원 ▼51 -57.3%)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다른 기업의 메자닌(CB, BW)도 라임 사태 이후 인기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이에 증권사가 쥐고 있는 담보물 가치도 하락했다.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통상 증권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자산운용사에서 이를 제공한다. '미수금'과 비슷하다.

그러나 라임운용은 기존 펀드 환매도 벅찬 만큼 KB증권은 담보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남은 자산에 대한 추가 매각을 꾀하는 것이다. 종전 100억원 담보물 중 50억원 규모만 매각이 가능했다면, 나머지까지 100% 매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담보로 잡았던 CB를 시장에 쏟아내면서 라임이 투자한 기업들 주가는 증시 환경과 별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라임과 TRS 계약을 맺은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담보비율 상향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담보비율 50% 선을 유지하고 있고 NH투자증권은 이미 라임 차입금 전부를 지난해 손실 처리하고, 자산 상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영상태가 좋을 때 빌려주고 어려울 땐 자금줄을 옥죄는 TRS 계약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라임운용은 2019년 초부터 담보비율을 순차적으로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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