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13/사진=뉴스1
윤 총장은 그동안 대검찰청이 주관해온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에서 헌법적 관점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밝혀왔다. 이날 역시 "형법을 헌법적 관점에서 곱씹어서 후배들을 지도한다면 어떤 범죄를 우선적으로 수사해야 하고 처벌해야 하는지, 선택과 집중의 아이디어와 기준이 생겨난다"며 "우리가 '헌법주의자'가 되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검찰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한 데 따른 소회를 밝힐 지도 관심이 쏠렸다. 전날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자 윤 총장은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총장 강연 직전 법무연수원 교수로 있는 김웅(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남기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작가이자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그는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면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이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 동료들에게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방침으로 없어지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의 김종오(50·사법연수원 30기) 부장검사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설됐으나 검찰 직접수사 축소 방침에 따라 2년 만에 없어진다. 그는 조세범죄수사부장을 담당하며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구속) 비위 사건, 상상인저축은행 부당대출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김 부장검사가 검찰을 떠나는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검찰에서는 직접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사의를 표명하는 검사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과정 강화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14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