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쓰는 건 미친 짓"…英 압박한 美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1.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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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매슈 포틴저 등 대표단 영국 방문…1월 보리스 존슨 英 총리 결정 앞두고 '최후 통첩'

/사진=AFP/사진=AFP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등 G2(미국·중국) 사이 훈풍이 불고 있는데 반해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여전히 거세 보인다. 미 당국은 5G 설비에 화웨이를 차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영국에 대해 '미친짓'이라고 엄포를 놨다.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매슈 포틴저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을 필두로 한 대표단이 영국을 방문, 영국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5G 네트워크에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미친짓(madness)"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의 양 정부 관계자 만남은 이달 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통신기업들이 5G 네트워크에 화웨이를 사용해도 될 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인 가운데 미국이 최후 압박에 나선 자리로 풀이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보안 서비스를 담당하는 당국 관계자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네트워크의 핵심이 아닌 주변부에 화웨이를 사용함으로써 중국의 간섭으로부터 미래 영국 5G 네트워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지난 12일 앤드류 파커 영국 MI5 국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위협할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영국이 사실상 화웨이 장비 사용을 승인해 줄 것임을 시사했다.

MI5(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란 영국에서 주로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보안 정보국을 말한다.

이런 상황 가운데 미국 대표단은 서류를 제시하면서 "(화웨이 이용시) 시스템 보안 유지는 영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영국을 향한 경고성 발언은 또 있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표단의 또 다른 구성원은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로 영국과 사이가 틀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미국과 다시 무역협상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미 관계, 화웨이 사용에 대한 자국의 평가와 판단, 중국과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영국 통신사들은 화웨이 제품을 경쟁업체보다 싸고 발전된 것으로 인식한다"며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상의 이유로 중국의 시장 진출을 약화시키길 원한다고 지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런 논란 가운데 화웨이 대변인은 13일 "화웨이는 지난 15년간 영국에 3G, 4G 등을 공급해온 민간 기업"이라며 "우리는 영국 정부가 근거없는 주장이 아닌 증거에 입각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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