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 페르시아만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AFP
각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미국은 이 지역에 군사를 늘리며 전략적 동맹국에 파병을 요청 중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도에 거대한 파장이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빨간 화살표가 있는 곳이 호르무즈 해협. 북쪽으로 이란에 접해 있다. /사진=구글맵스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미-이란 갈등 일지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민간선박 보호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IMSC) 동참을 한국 등 동맹국에 요청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여기엔 현재까지 영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UAE, 알바니아 등 7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IMSC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한국도 '호르무즈해협 공동방위'에 대해 미국과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논의한다.
이란이 정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까이란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카드를 꺼내며 전세계를 위협해왔다.
2018년 5월 미국이 이란 핵합의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어떤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 해군도 항해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맞받아치면서 무력 충돌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에 대한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아예 해협을 봉쇄해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은 없다.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일종의 '동반 자살 카드'다. 원유 수출이 자국 경제의 생명줄인 이란으로서도 꺼내들기 쉽지 않은 이유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해 7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은 우리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봉쇄는)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험 프리미엄' 1년새 6배 이상 올라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은 없지만, 이 지역에 흐르는 긴장감만으로도 유가는 영향을 받는다. 이 지역 갈등 고조로 선주와 선사가 화물 운임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화물 운임당 위험프리미엄은 3만달러(약 3460만원) 수준이었지만, 6월 들어 18만5000달러(약 2억13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에도 계속해서 선박 보험료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 원유 운송비는 2만6000달러(약 3000만원)로 1년새 두 배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카라차스 마린 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 바질 카라차스는 "유조선 운임이 상당히 올랐다"면서 "1990년대 초반 걸프전 당시 수준으로 보험료와 선박운항비용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고유가는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3분의 2가 중국, 인도, 일본, 한국으로 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