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놀림에도 내 감정과 글 사랑”…끊임없는 발길질로 얻은 ‘공모전 당선’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1.15 04:30
글자크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 13일 당선자 6명…엉뚱한 상상력 존중받고 아픈 엄마 위해 작가 길 나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장편 대상에 선정된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오른쪽)가 문화체육관광부 김정배 문화예술정책실장에게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장편 대상에 선정된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오른쪽)가 문화체육관광부 김정배 문화예술정책실장에게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행운처럼 상이 주어진 게 아니다. 내 글을 사랑하고, 심혈을 기울였기에 받은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13일 머니투데이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및 중·단편 부문 시상식에 당선자 6명의 수상 소감은 대체로 ‘당당’했다.

“상을 주셔서 고맙다”는 겸손의 말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간 수많은 시간과 싸우며 피땀 흘린 노력의 대가를 정당하게 인정받았다는 소회를 거침없이 전했다.



‘트리퍼’로 가작을 받은 이지은씨는 수상 소감에서 “어릴 때부터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엉뚱하게 생각하고 다른 감정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 관점이나 취향으로 받은 상이어서 너무 기뻤고, 가장 많이 퇴고하고 공들여 쓴 글이기에 주최 측에서 연락이 올 걸 확신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트리퍼’는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동물의 기억에 침투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반전의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대상에 선정된 '모멘트 아케이드'의 황모과 작가(오른쪽)가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대상에 선정된 '모멘트 아케이드'의 황모과 작가(오른쪽)가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우주선에서의 연극 공연을 소재로 한 ‘그 이름, 찬란’으로 가작을 받은 유진상씨는 “언제나 문자에 답장하는 기분으로 글을 써왔고 그런 나의 글을 사랑했다”며 “하지만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 내 글이 진정으로 완성되는 순간은 독자가 내 작품을 읽는 순간일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가작을 받은 ‘네 영혼의 새장’의 양진씨의 수상 소감은 독특한 말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좌중을 단번에 쓰러뜨렸다. 그는 “다른 시상식에 가면 음료수만 주는데, 여긴 저녁까지 준다고 해서 과학문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며 “저 그러면 상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하고 소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등장인물이 내 마음과 비슷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데, 친구들이 ‘너는 공모전에 어울리지 않아’하며 욕한 적도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나는 당연히 수상한다’고 말했고, 지금 그런 글에 대한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입양아에게 원래 그 가정에 있던 아동의 성향을 입력하는 세계를 그렸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우수상에 선정된 '테세우스의 배'의 존 프럼 작가 지인(오른쪽)이 대리수상 한 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심사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우수상에 선정된 '테세우스의 배'의 존 프럼 작가 지인(오른쪽)이 대리수상 한 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심사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중단편 우수상 ‘테세우스의 배’의 존 프럼씨는 해외 거주로 대리 수상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의 한 섬에 불시착한 존이 ‘아이 앰 존 프럼 어 밥’이라고 현지인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존 프럼’까지 이름으로 알아들은 착오에서 필명을 얻었다며 “나도 별세계에서 온 ‘갑툭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작가도 작품도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지는 건 아니다”며 “그렇게 자주 발길질하지 않는 ‘우아한 백조’와 달리, 나는 쉴 새 없이 발길질해서 ‘존 프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와 종교적 개념, 사회적 갈등을 추리 스릴러 문법으로 잘 활용한 흥미로운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중·단편 가작 3편은 한 편당 100만원씩, 중·단편 우수상은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네 영혼의 새장'의 양진 작가(오른쪽)가 정보라(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네 영혼의 새장'의 양진 작가(오른쪽)가 정보라(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700만원의 상금을 받는 중·단편 대상은 황모과씨의 ‘모멘트 아케이드’. 쇼핑몰처럼 거래되는 사람의 기억을 통해 위로가 무엇인지 다시 깨닫게 하며 감동을 안겨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황씨는 수상 소감에서 “키가 1m77cm여서 ‘SF계 최장신’ 타이틀을 획득했다”며 “40세 넘는 나이에 처음 수상했다. 앞으로 천천히, 꾸준히, 한땀 한땀 써가겠다”고 말했다.

시상 마지막 순서인 장편 대상 부문에는 ‘천 개의 파랑’을 쓴 천선란씨에게 돌아갔다. 천씨의 수상 소감에는 가족의 눈물도 함께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그 이름, 찬란'의 유진상 작가(오른쪽)가 김보영(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그 이름, 찬란'의 유진상 작가(오른쪽)가 김보영(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서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지하철로 오갔던 시간이 있었다”면서 “작가를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그 사람이 간직한 유일한 기억이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기억을 현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다시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고 감동의 사연을 털어놨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그의 작품은 안락사를 앞둔 경주마와 로봇 기수의 삶과 관계를 다뤄 ‘우아하고 환상적인’ 작품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장편 대상 수상자는 1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김정배 문화예술정책실장은 격려사에서 “같은 결과를 내놓는 과학과 상상력이 중요한 소설은 불가능한 관계일 수 있지만, 아슬한 교집합에서 행복한 영역을 탄생시키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 과학 작가들”이라며 “이제 과학 작가들은 공상과학 소설가가 아니라 미래 기획자로 불려야 할 만큼 미래를 선도하기에 새롭게 대접받고 더 큰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트리퍼'의 이지은 작가(오른쪽)가 김창규(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중·단편 가작에 선정된 '트리퍼'의 이지은 작가(오른쪽)가 김창규(SF작가) 심사위원으로부터 상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이사도 “공모전 시작할 땐 반신반의할 정도로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매년 300편 이상의 응모작이 쏟아지는 걸 보고 거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는 걸 느꼈고 앞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미래 산업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장편 대상=천선란 ‘천 개의 파랑’ △중·단편 대상=황모과 ‘모멘트 아케이드’ △중·단편 우수상=존 프럼 ‘테세우스의 배’ △중·단편 가작 3편=양진 ‘네 영혼의 새장’, 유진상 ‘그 이름 찬란’, 이지은 ‘트리퍼’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 및 시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수상자 이지은, 천선란, 황모과, 유진상, 존 프럼(대리수상), 양진. 뒷줄 왼쪽부터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 김창규 SF작가,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보영 SF작가,  이지용 건국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정보라 SF작가,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사진=이동훈 기자<br>
<br>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 및 시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수상자 이지은, 천선란, 황모과, 유진상, 존 프럼(대리수상), 양진. 뒷줄 왼쪽부터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 김창규 SF작가,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보영 SF작가, 이지용 건국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정보라 SF작가,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사진=이동훈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