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도 접수한 전동킥보드…면허·헬멧 없이도 'OK'?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정경훈 기자 2020.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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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 인근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 사진=이동우 기자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 인근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 사진=이동우 기자








"이제 광화문에도 전동킥보드가 있네?"

반가운 마음에 우선 몸부터 실었다. 오른쪽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니 '스르륵'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속력을 내봤다. 바람을 가르며 꽉 막힌 차량 옆을 지나가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 손은 조금 시렸다.



14일 오전 전동킥보드를 타고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서 출발해 광화문광장 인근까지 갔다. 버스 노선이 없어 애매한 구간이었는데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평소대로 걸어갔다면 20분 넘게 걸렸을 거리를 8분 만에 도착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청·광화문 등 구도심에서도 전동킥보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홍대·강남의 전동킥보드 서비스 소식에 군침만 삼켰던 직장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을지로입구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씨(31)는 "친구들이 바쁠 때 전동킥보드를 탄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는데, 이제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찍히면 '아웃'이라더니…헬멧, 인도주행 등 미비점 여전
시청·광화문 지역은 전동킥보드 업체가 기피하던 지역이었다. 청와대·정부청사 등의 고위공무원이 즐비해 찍히면 '아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예기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구도심에 진출했지만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헬멧(안전모), 인도주행 등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 헬멧을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한다. 인도주행과 헬멧 미착용이 불법이고 적발시 각각 범칙금 3만원과 2만원이 부과된다.

전동킥보드 업계는 뒷짐만 쥐고 있다. 헬멧 대여는 도난, 의무화는 이용자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이용자들도 관련 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는 회사원 이승진씨(34)는 "헬멧을 꼭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의 인도주행과 헬멧 미착용, 음주운전 등은 모두 불법"이라며 "현장 상황에 맞춰 단속과 계도를 번갈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새 킥보드 교통사고 5배 증가, 전문가 "안전 챙겨야"
전동킥보드의 편리함에도 안전 규제는 여전히 회색지대다.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지만 면허 확인이 의무가 아니다.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한 업체는 '이용자 본인은 유효한 운전면허증이 있습니다'는 항목에만 동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그사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2017년 181건, 지난해 258건으로 2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전동킥보드를 빗댄 신조어 '킥라니'(킥보드+고라니)가 생길 정도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마련과 함께 이용자들 스스로 안전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종익 한국교통사고조사학회 부회장은 "전동킥보드는 사고가 날 경우 거의 오토바이 수준으로 위험하다"며 "본인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헬멧을 사용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는 도로로 주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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