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이 호주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1.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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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물입니다." 지난달 수소산업 협력 취재차 찾은 호주에서 수차례 들은 얘기다. 드넓은 국토에 비해 수원지가 극히 적다. 한 번 쓴 상수도를 재사용하는 중수도가 일찌감치 발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물에 가뭄이 겹치며 호주 전역이 수개월째 불타고 있다. 바닷물은 지천인데 퍼다 뿌릴 수 없다. 한 번 염수가 닿으면 어떤 동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땅이 되기 때문이다. 불타는 국토와 절규하는 동물들을 보며 호주 사람들은 매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의 대표적 에너지 파트너다. 양국의 관계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호주는 석탄과 철광석의 나라인데, 중화학공업 신화를 쌓아온 한국은 호주의 석탄과 철광석에 지금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믹스를 바꾸는데도 호주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중동 석유파동 이후 일찌감치 호주산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을 시작했다. 서울올림픽(1988년)이 열리기도 전인 1980년대 초반 얘기다. 호주가 아니었다면 중동 종속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더 중요한 건 미래다. 호주는 잠재적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다. 동-남-서를 잇는 모든 주가 일제히 수소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금은 산불에 기세를 더해주는 강한 해풍은 호주를 먹여 살릴 자원이기도 하다. 효율 높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통해 수소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소를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 정했다. 호주와 관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하지만 일본 등 만만찮은 이웃들이 호주의 옆자리를 선점하고 한국과의 밀월을 방해한다. 이 가운데 국가적 재난을 맞은 호주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양국 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호주는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참전을 결정하고 1만7000명이 넘는 청년들을 바다 건너 한국으로 보낸 나라다. 역사적, 현재적, 미래적, 인도적, 그리고 실리적 관점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광범위한 호주 산불피해 지원을 검토해본다면 어떨까.
[기자수첩]한국이 호주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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