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부족한 물에 가뭄이 겹치며 호주 전역이 수개월째 불타고 있다. 바닷물은 지천인데 퍼다 뿌릴 수 없다. 한 번 염수가 닿으면 어떤 동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땅이 되기 때문이다. 불타는 국토와 절규하는 동물들을 보며 호주 사람들은 매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믹스를 바꾸는데도 호주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중동 석유파동 이후 일찌감치 호주산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을 시작했다. 서울올림픽(1988년)이 열리기도 전인 1980년대 초반 얘기다. 호주가 아니었다면 중동 종속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한국은 수소를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 정했다. 호주와 관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하지만 일본 등 만만찮은 이웃들이 호주의 옆자리를 선점하고 한국과의 밀월을 방해한다. 이 가운데 국가적 재난을 맞은 호주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양국 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호주는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참전을 결정하고 1만7000명이 넘는 청년들을 바다 건너 한국으로 보낸 나라다. 역사적, 현재적, 미래적, 인도적, 그리고 실리적 관점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광범위한 호주 산불피해 지원을 검토해본다면 어떨까.